[12월 14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줄기가 아래로부터 부채살 모양으로 갈라진 아담한 정원수 소나무 반송
오늘 세계의 탄생화는 [소나무]입니다. 이에 맞추어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소나무의 한 품종인 [반송(盤松)]으로 정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의 탄생화 [소나무과]에는 자생종 25종을 포함하여 6속 44종의 등재되어 있습니다. 모두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침엽수이고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 사철 잎이 푸른 상록수와 가을이면 갈색으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낙엽송 등이 있습니다.
상록 침엽수에는 잎의 상태에 따라 소나무처럼 잎이 뾰족한 바늘 침엽수와 잎이 부들부들한 비늘 침엽수가 있는데 소나무, 전나무는 바늘 침엽수이고, 향나무, 삼나무, 측백, 편백은 비늘 침엽수입니다. 노간주나무처럼 나무의 상태에 따라 바늘과 비늘이 혼합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소나무, 전나무의 바늘 침엽수가 일본은 삼나무류인 비늘 침엽수가 주종을 이루며 자라고 있습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잎이 뾰족한 풀과 나무의 이름에는 소나무 송(松) 자가 들어간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름은 소나무이지만 소나무가 아닌 나무들 중, 일본 왕실의 상징 나무로 아산 현충사와 안동 서원에서 쫓아내느니 마느니 하는 금송은 삼나무 계열의 나무이고, 낙엽송과 이름이 헷갈리는 낙우송은 메타세쿼이아와 친구지간입니다.
우리가 통칭으로 [소나무]라 부르는 [소나무과 소나무속]의 나무들은 크게 소나무류와 잣나무류로 나뉩니다. 잣나무는 잎이 5장이고 잣이 열립니다. 소나무는 품종에 따라 잎이 2장 ~ 5장까지 있는데 잎의 수와 생긴 모양에 따라 다양한 품종으로 나뉩니다.
소나무(적송), 금강소나무, 곰솔, 반송, 황금소나무, 처진소나무 등 우리나라 고유의 소나무는 대부분 잎이 2장이고, 외국에서 들어온 백송과 대왕송은 잎이 3장, 리기다소나무는 잎이 3~4장, 일본오엽송은 잎이 5장인데 오엽송은 잣나무류로 분류됩니다.
소나무의 생김과 색깔로도 구분이 가능한 데 보통의 소나무는 줄기가 곧게 자라고 얇은 가지가 펼쳐지는데 반해 오늘의 탄생화인 반송은 줄기 밑동에서부터 원 줄기가 갈라져 우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은 키가 작고 소담하여 정원수로 많이 사용됩니다. 몇 년 전 서울 나들이 때 창경궁 대온실 앞에서 본 멋진 반송 두 그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우리가 산과 공원,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소나무는 나무껍질이 붉은색이라 하여 적송, 바닷가에서 사는 해송과 구분하여 육송이라 부릅니다. 적송 중에서도 강원도 태백과 영월에 많이 자라는 금강소나무는 소나무의 미스터 코리아로 궁궐이나 주요한 건축물의 기둥이나 대들보로 쓰였습니다.
충남 태안 안면도에 있는 소나무도 금강소나무 못지않게 크고 멋진데 [안면송]이라 불리며 거북선을 제작하는데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재배종으로 잎이 노란색이라 황금소나무라 불리는 소나무도 있습니다. 이 품종은 새해의 첫날 1월 1일 한국의 탄생화입니다.
반면 바닷가에 사는 해송은 공식 명칭이 곰솔인데 나무의 껍질이 검은색이어서 흑송으로도 불립니다. 우리나라 바다를 지킨다는 의미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전사 순국일인 모레, 12월 16일의 한국의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충무공 순국일,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과 한국의 탄생화를 놓고 경합을 하였는데, 주목은 시신도 찾지 못하는 윤봉길 의사의 순국일인 12월 19일의 탄생화로 정하였습니다.
흑송인 곰솔에 반해 껍질이 흰 색인 백송도 있는 데, 백송은 중국이 원산지인 나무로 흰색을 좋아하고 흰색 나무가 신기하기도 하여 예전에 중국 사신들이 귀국하면서 가져와 심었다고 합니다. 서울의 경우 조계사에는 천연기념물 백송이 있고, 덕수궁과 창경궁에도 멋진 백송이 있답니다. 백송은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인 2월 14일의 한국의 탄생화입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로는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가장 많은데 소나무 천연기념물 중 반송으로 분류되는 것은 291호, 292호, 293호, 354호, 357호, 358호, 399호 등 7그루입니다. 모두 수백 년 묶은 거대 소나무로 꽃무릇 축제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의 반송(354호)은 장사송, 함양 목현리의 반송(358호)는 가지가 아홉 개로 갈라져 있어 구송, 영양 답곡리의 반송(399호)는 가지가 수없이 갈라진 모양이라 만지송이란 별명이 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 낙엽 나무들이 모두 자기 잎을 떨구고 겨울의 심연으로 침잠할 때, 지금부터가 우리 시간이 다하며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있습니다. 소나무의 푸르름처럼 반송의 소담함처럼 오늘 하루도 그렇게 고요하고 평화롭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이 추워질수록 사랑의 힘으로 추위를 녹이시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