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12.12 군사반란의 날. 날이 추워질수록 그리워지는 따뜻함. 목화
겨울. 추위의 계절. 추울수록 찾는 것은 '따뜻함'입니다.
오늘 세계의 탄생화는 [목화]입니다. [목화]는 '무궁화', '접시꽃' 등이 속해 있는 [아욱과]의 한 종류로 꽃만 본다면 무궁화를 살짝 닮았습니다. [무궁화]는 [아욱과 무궁화속] 식물이고 [목화]는 [아욱과 목화속] 식물이니 '과'가 같은 8촌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름에 꽃이 피기 시작하고, 꽃이 지면 목화솜을 가득 품은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목화는 목화솜을 목화 열매를 보호하는 용도로 만들었지만 인간은 목화를 수확하여 실로 뽑아 옷을 만들고 솜으로는 이불을 만들어 오늘처럼 추운 겨울을 견디며 사는 용도로 사용하였습니다. 목화는 한해살이풀이라 이렇게 추운 날에 우리나라에서는 야생으로 살아 있는 목화는 없습니다. 목화솜과 함께 만들어진 목화씨는 어떤 것은 산산이 부서져 기름을 짜는 용도로, 또 어떤 것은 비누의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겠지만 또 그중 일부는 살아남아 내년 봄에 비옥한 땅에 뿌려지기를 겨우내 기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목화의 개화기와 결실기는 아니지만 목화의 기능에 맞추고, 마침 세계의 탄생화의 날짜에도 맞추어 오늘 한국의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목화씨는 문익점이 고려 공민왕 때인 1363년 원나라에서 가져와 그의 장인과 함께 재배에 성공하여 우리나라 전체에 퍼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목화가 원나라에서는 반출 금지 품목이었는데 문익점이 붓두껍에 몰래 씨앗 세 개를 숨겨 들여왔다는 스토리텔링이 초등 교과서에도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정보에서는 좀 과장된 뻥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록에도 공민왕 때 목화가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기록만 있을 뿐 문익점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또 백제 시대 유물에서도 면직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원나라에서도 목화를 반출 금지했다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이야 어떠하든지 목화는 식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작물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식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에로 만드는 비싼 비단이 양반들 입성의 상징이라면 목화의 실로 만드는 면류는 서민의 상징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였습니다.
이런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 [당신은 기품이 높다] 등입니다. 목화의 역할에 꼭 어울리는 꽃말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입을 거리와 추위를 막아주는 것들은 어찌 변하게 될까요? 아무래도 화학 제품이 주종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나일론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화학섬유가 개발되었습니다. 요즘은 기능성 옷이라고 해서 발열 기능이 있는 옷도 있고, 땀은 밖으로 배출하고 공기는 흡입해서 운동을 하면서도 뽀송뽀송함을 느끼게 하는 옷도 생겼습니다.
아마도 미래의 옷에는 어마어마한 신축성을 가진 면에 인공지능 컴퓨터 칩이 탑재된 옷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요? 면도 굉장히 얇아지겠지요. 옷의 치수는 사라지고 옷을 입으면 사람의 체형에 자동으로 맞춰지는 맞춤 옷은 기본이고, 보온이나 방우, 방풍, 방진 기능에 옷의 색깔이나 디자인을 마음대로 바꾸는 기능이 탑재될지도 모릅니다. 그리되면 시간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는 기분이 들게 될 것입니다. 또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각종 노폐물을 자동으로 청소하여 배출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옷이 사람의 몸을 닦아 주는 기능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옷에 안마와 마사지 기능, 찜질 기능도 부착되고 사람의 건강 상태도 자동 체크되겠지요. 그러면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이 휴대폰을 바꾸듯 일이 년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된 신형 옷으로 갈아타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탁기는 사라지고 옷을 사러 휴대폰 매장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다른 것은 지식과 지혜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인류 문명은 신석기 혁명이라 이야기하는 대략 8,000년~1만 년 경부터 시작됩니다. 그전의 원시시대는 아직 문명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문명시대를 열기 위한 긴 준비과정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불을 사용하고, 도구를 이용하며, 흙을 구워 그릇을 만들고, 시신을 매장하고, 의사소통에 필요한 단어의 수를 늘려갑니다. 그리고 어떤 원시인은 동굴 속에 그 당시의 동물들의 모습과 사냥하는 모습을 멋지게 표현합니다. 아마 빛이 없었던 동굴보다 동굴 밖에 훨씬 더 많은 그림을 그렸겠지만 세월은 어렵게 그린 동굴 속 벽화만을 남겨두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착생활. 씨족은 부족으로 확대되고, 신화가 생기며 마침내 고대국가가 태동합니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합니다. 글자가 만들어지고 그 글자를 통하여 지식이 전수되기 시작합니다. 대략 3,000년 전 경의 일입니다. 돌, 대나무 등에 쓰이기 시작한 글이 마침내 종이를 만납니다. 종이의 시대는 활자의 시대를 열고 책은 지식의 상징이 됩니다. 지금은 종이의 시대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글을 핸드폰에다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인터넷이라는 인류의 거대한 정보 센터로 옮겨질 것이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몇 년 전에 3,000년간 축적한 인류의 지식을 인공지능 컴퓨터가 40일 만에 습득했다는 기사가 보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인간에게 백전백승을 했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마스터'가 '알파고 제로'에게 100전 11승을 하고 89번은 졌다는 내용입니다. '알파고 마스터'는 이세돌에게 딱 한 번 진 경험이 있는 '알파고 엑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고,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바둑 기술을 습득하지 않고 바둑의 규칙만 가르쳐 준 상태로 바둑을 스스로 학습한 인공지능입니다. 저야 바둑을 잘 모르지만 24분 만에 끝난 이 두 인공지능 간의 대결을 관람한 바둑 기사들이 '오! 신이시여. 당신이십니까?'를 연발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인류는 이 인공지능에게 자동차도, 비행기도, 우주선도, 집이나 빌딩의 건축도, 도시 설계도, 농작물 재배도, 아이들 교육도, 인간의 의료도 맡기게 될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옷도 만들어 보라고도 시키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우주와 생명의 실체적 근원과 그 본질을 사람보다 먼저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가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창조물에 의하여 인간이 새롭게 창조될지도 모릅니다. 혹시 우리가 신이라고 생각하는 그분도 그렇게 인간에 의해서 재창조된 것은 아닐까요?
아무튼 철학자의 눈으로 보는 인류는 거대한 대양의 파도 앞에 선 작은 어린아이처럼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해야 합니다. 저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미래를 맞이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