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풍을 멀리하게 하고 막아주는 등나무를 닮은 덩굴식물. 배풍등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가지과 가지속]의 [배풍등] 무리입니다. 가지과에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았던 까마중, 배풍등, 미치광이풀 등 자생식물 7종, 비교적 최근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 야생에 정착한 귀화식물 13종이 있는데, 도깨비가지의 경우는 우리 자연 생태계를 위협해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재배종도 23종이나 되는데 가지를 비롯해 우리 식탁의 단골손님인 고추, 감자와 과일인지 채소인지 헷갈리는 토마토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18속 43종의 가지과 가문의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한국의 탄생화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가지과 식물들도 외래종이 지속적으로 수입되고 있어 유입이 확인될 때마다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 아무튼 [가지]와 [감자]와 [고추]가 [가지과]라는 4촌 지간이라는 게 참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이 중 배풍등의 이름을 가진 [배풍등], [가는잎배풍등], [왕배풍등] 자생식물 3종과 [목배풍등(목도라지)] 등 재배식물이 오늘의 한국의 탄생화입니다.
배풍등(排風藤)은 풍을 멀리하게 하고 막아주는 등나무를 닮은 덩굴식물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한약방에서 쓰는 생약명의 이름이 그대로 식물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열매의 독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치거나 잎을 말려서 사용하면, 풍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종기나 피부병에 쓰면 좋다고 합니다만 혹시 이런 병에 걸리시면 배풍등을 찾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병원에 가시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 또한 말씀드립니다.
[목도라지]라고도 불리는 [목배풍등]은 남미 원산의 원예종으로 꽃이 도라지꽃을 닮아 목도라지로 불립니다. 원예종이라 화훼시장에서는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고, 꽃꽂이용으로 많이 쓰이는 데 아름답지만 독이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야생에서 자라는 배풍등들은 덩굴성 풀로 줄기가 굳어지며 덩굴성 나무로 진화 중에 있습니다. 8월, 9월에 꽃잎이 뒤로 한껏 젖혀진 아름다운 꽃이 피고, 가을에 작고 앙증맞은 빨간 열매를 맺는데 겨울의 추위와 바람 그리고 눈을 맞으면서도 자기 열매를 놓치지 않고 붙들고 있습니다. 겨울새들이 자신의 열매를 먹이로 주고 멀리 퍼뜨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새가 먹어주지 않는다면 겨우내 초봄에 이르기까지 열매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눈 속에서도 빨간 열매를 간직한 그 아름다운 모습이 [배풍등]을 겨울인 오늘의 탄생화로 정한 이유입니다.
[배풍등]의 공통된 꽃말은 [참을 수 없어]입니다. 좋지 않은 의미로 참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의미로 이 말을 해석해 보시면 어떨까요? '화를 참을 수 없어', '성질을 참을 수 없어'가 아니라, '기쁨을 참을 수 없어', '행복에 겨워 참을 수 없어' 등과 같이 말입니다.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 하는 것은 삶의 질과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두 사람이 사과 10개를 샀습니다. 한 사람은 그중 가장 크고 맛있어 보이는 사과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 사람은 가장 못생기고 맛이 없어 보이는 사과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사과를 10개를 먹었는데 한 사람은 가장 좋은 사과 10개를 먹었고, 다른 한 사람은 가장 못난이 사과 10개를 먹은 꼴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행복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