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국화과 꽃 중 가장 늦게까지 꽃을 피우는 황금색 갯국
오늘 세계의 탄생화는 [바카리스]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술의 신 '바카스'에서 따온 이름이라 합니다. 국화과의 식물로 데이지와 가깝고 미국 서부 해안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키가 사람만 하게 클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정도 키를 유지하려면 풀의 형태가 아닌 나무의 모습이 된다고 합니다. 아마 국화과 식물 중에는 가장 키가 큰 편에 속하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은 꽃이라 한국의 탄생화에 넣을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세계의 탄생화의 의미를 살려 넣기로 했습니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세계의 탄생화인 바카리스와 국화과에 맞추고 9일에는 국화의 의미를 더해 국화과 중 가장 늦게 꽃이 피는 [갯국]입니다. [갯국화], [금국]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영어 이름은 [Gold & Silver Chrysanthemum]입니다. 멋진 이름이지요.
남해안과 제주도의 바닷가 벼랑, 모래밭, 풀숲에서 자라고, 금국이라는 별명에 맞게 아름다운 황금색 꽃이 늦게까지 피기 때문에 국화와 교배를 한 원예종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씨도 김, 이, 박 씨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꽃의 세계도 국화과, 장미과, 백합과 식물들이 이만큼 차지하고 있답니다. 세계적으로는 난초과 식물의 종류가 가장 많다고 하는 데 우리나라에는 국화과 식물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꽃의 세계를 지배했던 국화과 꽃들도 오늘 갯국을 끝으로 올해는 마감이 됩니다.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처음 위에 있는 모래가 많을 때에는 그리 빠른 것을 느끼지 못하는 데,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는 굉장히 빠르게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는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이 떨어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 시간도 그렇게 가는 것 같습니다. 인생으로 보면 젊었을 때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월이 빠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학적으로는 기억의 양의 때문이라고 합니다. 젊었을 때에는 같은 시간의 경험이라도 뇌가 기억하는 양이 많아서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데, 나이가 먹을수록 기억할 수 있는 양이 적어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우주의 시간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느끼는 우주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중력과 속도에 따라 다르게 흘러간답니다. 그것은 제가 깨달은 관념우주론과도 일치하는 논리입니다. 우리는 정형화되고 일률적인 우주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별들과 생명들도 천차만별인 것이지요.
가을이라 우겨 볼 수 있는 11월도 이제 오늘까지 이틀 남았고, 올해는 겨우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시간이 모래시계의 끝투리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 소중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