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목서나무 종류 중 가장 늦게 꽃이 피는 향기 좋은 구골나무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물푸레나무과 목서속]의 [구골나무]입니다. 남부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로 이맘때 꽃이 피는 몇 안 되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다른 목서류에 비하여 잎이 작고 두꺼우며 나무 아래 달리는 잎은 모서리가 2~5씩 있어 날카롭게 느껴집니다. 이 잎 모양은 방패 모양의 잎을 가진 호랑가시나무와 비슷하여 두 나무를 비교하는 자료가 많이 있습니다. 나무의 위쪽으로 달리는 잎은 가시가 사라지고 둥글둥글 해진답니다.




목서속에는 꽃이 피는 순서에 따라 금목서, 목서, 은목서(구골목서), 박달목서, 구골나무가 있습니다. 이 중 박달목서만이 유일하게 제주도와 거문도 지역에 자생하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식재해야 하는 재배식물로 분류됩니다. 다만 구골나무는 일부 야생하는 개체들이 발견되어 '외래화 우려 식물'로 분류됩니다.
목서와 구골나무를 교잡한 원예종인 은목서(구골목서)도 있는데 이 아이는 번식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동물계의 사자와 호랑이의 교잡종인 라이거, 말과 당나귀의 교잡종인 노새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라이거나 노새도 자신은 살 수 있지만 번식은 하지 못합니다.
10월 16일의 탄생화였던 금목서와 목서는 중국이 원산지이고, 박달목서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오늘의 탄생화인 구골나무는 일본과 대만이 원산지입니다. 모두 향기가 매우 좋은 꽃이 피는데, 그중 금목서가 향기가 가장 좋아 만리향이라는 별명이 있고 샤넬 향수의 재료가 된다고 합니다.
목서들은 모두 상록관목으로 가을에 꽃이 피고 봄에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 중에도 직업의 특성상 밤에 일하고 낮에 쉬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목서류를 비롯한 몇 종류의 상록수들은 봄,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 순리를 벗어나 가을에 꽃이 피고 봄에 열매를 맺습니다. 살아가기 위한 빈틈을 찾는 것이지요. 그것이 또한 진화의 갈림이 되고 생태 다양성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탄생화 날짜가 서로 갈리게 된 것은 9월 말부터 10월에 걸쳐 꽃이 피는 다른 목서들과는 달리, 구골나무는 11월에 주로 꽃이 피고 조건이 맞거나 실내에 있는 나무는 12월, 1월, 2월의 한 겨울에도 개화한 꽃 사진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서서히 시즌오프를 하고 겨울이 계절의 바통을 넘겨받고 있습니다. 마음은 성큼 겨울로 접어들었는데 그래도 11월의 가을은 아직 오늘까지 엿새나 남아 있습니다. 2024년의 가을. 오늘은 그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9년에 걸친 한국의 탄생화 제작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탄생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꽃을 통하여 작은 행복을 만끽하게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2024년 가을의 마지막 주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올해 계획한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꽃은 사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