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바다에서 육지로. 생명 대이동의 연결 단자. 양치식물.
오늘 세계의 탄생화는 [양치식물]입니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번식하지 않고 포자를 통해 번식을 합니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바다 - 민물 - 습지 - 육지의 순으로 생명의 영역을 넓히게 됩니다. 양치식물은 습지와 육지의 중간 정도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동물의 진화에 빗대면 파충류와 짝을 이루는 식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치식물 관련 세계의 탄생화는 양치(2월 5일, 11월 23일, 12월 7일), 고비(8월 27일), 공작고사리(4월 7일), 골고사리(11월 4일) 등 6일이 있습니다. 꽃은 피지 않지만 양치식물도 당당히 세계의 탄생화에도 이렇게 많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탄생화는 이와 조화를 이루어 오늘 11월 23일을 '양치식물의 날'로 정하고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모든 양치식물을 오늘 한국의 탄생화로 정하였습니다. 꽃 피는 식물의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양치식물에는 하루 밖에 배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밖에도 버섯은 8월 8일, 선태식물과 지의류는 12월 2일 한국의 탄생화로 배정하여 우리나라의 모든 식물에게 그 탄생화 날짜를 배려하였습니다.
양치식물은 세계적으로는 10,000여 종의 식물이 있는데 현재 381종이 한국의 탄생화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자생식물은 개정된 국생정 자료를 참조했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외산 양치들은 관찰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
이 중 오늘 양치식물의 대표 탄생화는 [관중]입니다. 양치식물의 대표 탄생화로 [고사리]와 나름 경합을 했었는데 [관중과 관중속] 식물이 양치식물 중 압도적으로 많아 관중속의 대표인 [관중]을 [한국의 탄생화 양치식물의 대표]로 선정하였습니다.
[관중]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고사리 종류로 북으로는 만주, 사할린, 쿠릴 열도까지, 남으로는 일본까지 번식하여 자라는 관중과의 양치식물입니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고사리는 양지를, 관중은 음지와 습한 곳을 선호합니다. 이처럼 음습한 곳에서 마치 우산을 편 것처럼 자라는데, 잎을 활짝 편 모양이 과녁에 꽂힌 화살같이 보여서 [관중]이라고 부른답니다.
관중은 꽃은 피지 않지만 크기도 크고 생김도 왕관처럼 멋지게 자라는 식물이라 요즘은 공원이나 정원 조경에 심심치 않게 쓰이는 데 조경 식물로 선택되는 거의 유일한 양치식물입니다.
관중의 꽃말은 [유혹], [숨겨진 사랑]입니다. 제가 몇 년 전 가평의 석룡산 음습한 골짝에서 관중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꽃말과 같이 숨겨 놓고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은밀하고 근사한 사랑의 유혹이었답니다. 저는 산행을 하다 말고 한동안 쪼그리고 앉아서 첫눈에 반한 이 녀석과 밀회를 즐긴 기억이 있습니다.
일엽초 종류에는 [일엽초],[파초일엽], [우단일엽] 등이 있습니다. 모두 상록성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고 남부 지방 및 제주도에 서식합니다. 일엽초의 꽃말은 [즐거운 추억], 파초일엽의 꽃말은 [진보, 비범]입니다.
[일엽초]와 [우단일엽]은 오래된 나무의 가지나 바위의 틈에서 자랍니다. [우단일엽]은 우단 같은 일엽초란 의미인데, 우단은 짧고 고운 털이 촘촘히 심어진 직물을 말합니다. 잎이 촘촘하게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잎의 모양이 숟갈처럼 생긴 [숟갈일엽]과 다시마를 닮은 [다시마일엽]도 함께 소개합니다.
[파초일엽]은 열대성 양치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서귀포 아래에 있는 '삼도'라는 작은 섬이 유일한 자생지입니다. 파초와 같은 잎을 가진 일엽초란 의미로 파초잎은 바나나 잎처럼 넓고 크고 긴 것이 특징입니다. 파초잎처럼 크고 모양이 비슷한 잎을 가졌습니다. 이런 특이한 모양 때문에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환경부에서는 [파초일엽]을 2급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제주도 삼도의 [파초일엽]을 천연기념물 18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온실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작년 1박 2일 서울 나들이에서 창경궁 대온실에서 만난 [파초일엽]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늬아비스]는 파초일엽의 무늬종입니다. 따뜻한 바닷가의 바위나 나무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자생하는 것은 거의 볼 수 없고 화분에 식재되어 팔리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양치식물도 늘고 있는데 잎이 사슴의 뿔처럼 생긴 [박쥐란], 미국이 고향인 [보스톤고사리], 은행잎을 닮은 [아디안텀]도 소개합니다. 외산 양치식물들은 관찰될 때마다 업그레이드하도록 하겠습니다.
[쇠뜨기]는 소가 잘 먹는 풀이란 의미인데 생식 줄기가 뱀의 머리처럼 생겨 '뱀밥'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연한 갈색의 포자낭을 갖춘 생식 줄기가 먼저 나오고 스러져 사라지면, 풀 모양의 영양 줄기가 나오는 독특한 생태를 가진 풀입니다. 풀의 모양과 생식 줄기의 모양이 너무 달라 같은 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아이랍니다. 잡초 취급을 받지만 이뇨, 지혈, 피부병에 좋은 효과가 있는 약초입니다.
양치식물 하면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고사리], [고비]입니다. 고사리는 거의 재배하는 작물이 되었고 [고비]는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야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물가에서 자라는 속새, 약용으로 이용되는 부처손 등도 양치식물의 무리입니다.
지구 생명의 역사는 바이러스와 같은 단순체에서 세포 조직을 갖는 복합체로, 단세포 독립 생명체에서 다세포의 연합 생명체로 진화하였습니다. 또 바다에서 시작한 생명은 민물을 거쳐 육지로 그 생존의 영역을 넓혀 나갔습니다.
식물의 역사에 있어 바닷물에서 민물로 진출한 돌격대의 역할을 선태식물이 맡았다면, 양치식물은 식물의 육지 상륙의 선봉대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양치식물이 안정적으로 육지 상륙에 성공하자 그를 바탕으로 꽃을 피우는 종자식물이 생겨났고 식물은 마침내 육지에서 번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은 서로의 생존에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습니다.
생명의 연대는 생명과 생명이 단순히 손을 잡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의 요소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몸에는 약 60조에서 100조 개의 세포가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하나하나가 각기 고유한 독립 생명체입니다. 그 세포들이 서로 결합하여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 한 몸을 이루어 사는 것처럼,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그렇게 연대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연대]. 인류의 집단지성이 이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인식하고 깨닫게 된다면 인류는 인류의 생활양식을 전반적으로 바꿀 수 있고 환경과 에너지, 식량과 자원 그리고 나아가 전쟁과 같은 싸움의 문제 등 인류에게 주어진 수많은 문제들을 능히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치식물은 꽃이 피진 않지만 꽃이 피는 식물을 창조 진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식물입니다. 양치식물에게서 생명의 연대를 생각하는 멋진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