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겨울을 나는 까마귀, 까치의 먹이가 되는 붉은 열매. 까마귀밥나무, 까치밥나무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높은 산이나 전방 부대에는 눈이 시작한다는 스물네 절기 중 스무번째 절기 '소설(小雪)'입니다. 입동(立冬)은 보름 전이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 맞이를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먹을 것이 귀한 게울 새들, 특히 텃새인 까마귀, 까치의 먹이가 되어주는 [까치밥나무과 까치밥나무속]의 나무들입니다. 몇 년 전까지는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국생정) 자료에 따라 범의귀과로 분류하였는데 새로 개정된 자료에는 까치밥나무과로 분류하여 이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까치밥나무과]에는 [까치밥나무속]이 유일한 속이고 이 속에는 [까치밥나무]와 [까마귀밥나무] 등 18종의 나무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 잡고 살고 있습니다.
속명이 [까치밥나무속]인데 까치밥나무보다 까마귀밥나무가 우리 야산에 더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까마귀밥나무를 오늘의 대표 탄생화로 까치밥나무는 주요 탄생화로 올렸고 유사 자생종 및 서양에서 들어온 재배 과실인 구즈베리와 까만 열매가 특징인 블랙커런트도 국생정 자료에는 없지만 오늘 한국의 탄생화로 올렸습니다.
까마귀밥나무와 까치밥나무는 5월 경에 꽃이 피고 7, 8월이면 붉은 열매를 맺는데 지금까지도 열매를 달고 있으며 어떤 것은 잎이 다 진 후 겨우내 열매를 붙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먹을 것이 없는 겨울에 까마귀, 까치의 먹이가 된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이렇게 오래도록 열매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새들의 먹이가 되어야 번식을 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까마귀와 까치는 생김이나 습성이 비슷하고 머리가 좋은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땅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텃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까치는 기쁜 소식을 가져오는 길조로 여기고, 까마귀는 죽음과 연관된 흉조로 여깁니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까치는 흑과 백을 오가는 변절자의 모습으로 연상하고, 까마귀는 한 가지 신념을 지키는 충직한 새로 생각한답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의 생각에 따라 이렇게 전혀 다른 의미가 붙습니다.
뱀의 경우도 그런데요. 우리나라와 동양에서의 뱀의 이미지는 쥐를 잡아주고 사람에게 복을 주는 깨끗하고 친근한 이미지였습니다. 옛날에는 초가집 지붕에 거의 구렁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12 지간에 뱀도 포함되고 뱀띠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기독교의 영향인지 그리스신화의 영향인지 뱀을 사악한 동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뱀의 추상형인 용은 동양에서는 황제의 상징이지만 서양에서는 악마의 우두머리의 상징이 됩니다.
그러나 선과 악은 사람의 생각이 나누어 놓은 의식의 경계일 뿐, 자연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선악이 아니라 보존이냐 멸종이냐가 가장 큰 이념이 됩니다. 나의 유전자를 남기고 죽느냐 못 남기고 죽느냐가 그 생명체의 삶에 가장 큰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