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도깨비바늘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눈과 뇌가 있지 않을까?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도깨비바늘] [가막사리] [도꼬마리]입니다. 이맘때 냇가나 산과 들에 나가면 꽃은 이미 졌지만 이 아이들의 독특한 열매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도깨비바늘속]에는 도깨비바늘, 털도깨비바늘, 까치발 등 우리나라의 고유종인 자생식물 9종과, 미국가막사리, 울산도깨비바늘 등 외래귀화식물 5종이 한국의 탄생화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열매 형태가 아예 가시바늘인 [도깨비바늘속] 식물은 [도깨비바늘]류와 [가막사리]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도깨비바늘은 열매의 모양이 길고 가느다란 반면, 가막사리는 상대적으로 짧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모두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달라붙어 이동하여 번식을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도깨비바늘의 꽃말은 [흥분]이고, 가막사리의 꽃말은 [알알이 영근 사랑]입니다. 같은 종류이고 생긴 것도 비슷한데 꽃말은 영 다릅니다.
가막사리의 이름의 붙은 아이들은 [가막사리]를 비롯해 7종이 있는데 북아메리카 귀화식물인 [미국가막사리]가 우리나라 토종인 [가막사리]보다 더 많이 퍼져 있어 더 많이 관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꼬마리]는 둥근 열매에 커다란 가시가 많이 나 있어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달라붙어 이동하여 번식을 합니다. [도꼬마리]는 순우리말인데 말 자체에 이런 의미가 있다 합니다. 식물도감에는 도꼬마리, 큰도꼬마리, 가시도꼬마리, 바늘도꼬마리 등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모두 귀화식물로 우리나라의 야생에서 발견되는 도꼬마리는 대부분 [큰도꼬마리]입니다.
도꼬마리는 창이자(蒼耳子)라는 약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 소개하는 가시 바늘 열매 식물 중 가장 유용한 식물입니다. 생긴 것은 도깨비 철퇴처럼 생겼어도 우리 몸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연 진통제, 동맥경화 예방, 항산화 작용, 피부병, 풍부한 요오드로 신진대사를 좋게 하는 것이 도꼬마리 열매의 다섯 가지 주요 효과입니다.


도깨비바늘이 자신의 씨앗을 동물의 털에 붙여서 퍼트립니다. 그런데 식물은 생각할 수 있는 뇌도 없고, 볼 수 있는 눈도 없습니다. 그냥 우연에 의한 자연선택이라고 하기에는 도깨비바늘의 설계는 매우 복잡다단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털이 있는 동물이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그 동물들이 씨앗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씨앗의 제조 단계에서는 세련된 가공 기술로 동물의 털에 잘 붙고 또 적당한 충격에는 털에서 떨어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눈으로 보지 않고, 뇌로 생각하지 않고 완성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혹시 식물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눈과 뇌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식물이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식물도 우리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물은 우리와 교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과 우리는 지구에서 40억 년의 진화를 끈질기게 이어온 같은 조상을 가진 형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생명의 연대의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