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낙엽이 지는 소나무 잎갈나무, 일본잎갈나무 낙엽송과 히말라야가 고향인 개잎갈나무
11월도 거의 절반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올해 2024년이 남은 시간은 한 달 반, 9월, 10월, 11월을 가을로 표현한다면 가을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보름, 단풍은 말라가는 자신의 잎을 붙잡고 온 힘을 다해 마지막 숨을 불어넣습니다.
오늘 세계의 탄생화는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는 세계의 탄생화 날짜가 많습니다. 한국의 탄생화에서도 그 종류와 의미에 따라 한국의 탄생화를 여러 날로 배분하였습니다.
새해 첫날 1월 1일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 안중근 의사의 사형선고일인 2월 14일은 의사의 높은 뜻을 기려 백송,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 전사일인 12월 16일은 장군의 기개가 살아있는 바다를 지키는 소나무 해송(곰솔) 등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단풍철인 오늘은 세계의 탄생화인 소나무에 맞춰 갈색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낙엽송]을 한국의 탄생화로 정하였습니다.
[낙엽송]의 식물도감의 정식 이름은 [일본잎갈나무]입니다. 일본이 원산지이다 보니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탄생화에 일본이라는 이름을 넣기 싫어 [낙엽송]이란 별명을 주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실제로도 일본잎갈나무보다는 낙엽송으로 훨씬 더 많이 불리고 있습니다.
[낙엽송]은 [소나무과 잎갈나무속] 나무인데, 우리나라 토종인 [잎갈나무]는 남한 지역에는 광릉수목원에 몇 그루만 남아 있고 거의 멸종하였습니다. 저도 몇 년 전 가을 광릉수목원에서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수목원을 한참 걸어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만난 늘씬하고 장대한 잎갈나무. 마침 서녘 하늘로 지는 태양과 함께 한동안 넋을 놓고 잎갈나무와의 첫 만남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퍼져있는 낙엽송은 4~50년 전에 산림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들여와 식재 한 일본잎갈나무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신림 녹화 사업을 한 지역에는 낙엽송이 자라고 있는데 나무가 빨리 그리고 곧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소나무를 제대로 된 목재로 키우려면 약 5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낙엽송은 10년이나 짧은 40년이면 크고 훌륭한 목재를 얻을 수 있어 '경제수'란 이름으로 뉴스에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개잎갈나무]는 잎갈나무와는 다르게 상록 침엽수입니다. 낙엽송은 아니지만 이름에 '잎갈나무'가 있어 오늘 낙엽송과 더불어 한국의 탄생화가 되었습니다. 히말라야가 원산지이라 [히마라야시다] 또는 [히말라야삼나무]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의 모양이 아래 그림처럼 아래에서부터 넓게 펼쳐져 삼각형 형태를 이루는 근사한 나무입니다. 풀과 나무의 이름 앞에 '개'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보통은 원물보다 좀 못하다는 의미인데 개잎갈나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구 서대구로에 가로수로 심었다고 하는데 지금 자료를 찾아보니 이제는 다 뽑힌 것 같습니다. 대구의 사시는 분 중 이 가로수의 현재 상태를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침 개잎갈나무의 개화기는 지금인 10월과 11월입니다. 몇 해 전 11월 10일 인천대공원의 인천수목원을 방문하였을 때 개잎갈나무의 꽃을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침엽수인지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꽃 모양은 아니지만 제법 근사한 꽃이 열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