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나무계의 보디빌더 서어나무와 작은 서어나무 소사나무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자작나무과 서어나무속] 나무들입니다. 자작나무과 나무들은 자생종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는 6속 130종의 나무가 있습니다. 이 중 현재 한국의 탄생화에는 5속 29종의 나무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자작나무과 나무들은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동시에 피는데, 수꽃은 길게 늘어뜨리는 미상꽃차례이고, 암꽃은 짧게 곧추서서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아야 겨우 볼 수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암꽃과 수꽃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중 개암나무, 오리나무, 새우나무들과 그 속에 속한 나무들은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 관계로 이른 봄인 3월 16일의 탄생화로 정해졌습니다.
이육사 시인의 타계일인 1월 16일에는 나무껍질이 하얀색이라 하얀 겨울에 잘 어울리는 자작나무와 우리나라 나무 중 가장 단단한 박달나무를 선정하였습니다. 자작나무와 박달나무는 자작나무속에 속하기도 하지만 이육사 선생의 시와 삶에서 민족을 사랑하는 단단한 마음과 흰색 수피의 자작나무가 풍기는 추모의 마음을 담아 한국의 탄생화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서어나무속의 서어나무, 소사나무 종류가 한국의 탄생화입니다.
[서어나무속]의 주요 탄생화에는 [서어나무], [개서어나무], [까치박달], [소사나무] 등이 있는데 모두 나뭇잎에 나란히 배열된 사선의 근사한 잎맥을 가지고 있고, 수피는 짙은 회색이나 암회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답니다.
자작나무는 수피가 흰 색인 것이 특징인데 자작나무와 사촌쯤 되는 서어나무속 나무들은 수피의 흰색이 하얀 줄무늬 형태로 남은 것입니다. 이 중 [서어나무]의 줄무늬가 가장 근사하고 멋있어 나무계의 미스터 보디빌더(bodybuilder)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서어나무의 어원은 한자말 서목(西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서쪽에 심는다는 의미라고 하는 데 왜 서쪽인지는 정확한 내막이 없습니다. 아무튼 서목나무에서, 서나무, 서어나무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맘때 가을에는 은행나무나 비목나무처럼 샛노란 단풍잎은 아니지만 제법 아름다운 노란 단풍을 자랑합니다.
[개서어나무]는 주로 남부 지방에서 자라고, 전남 무안 청천리의 팽나무와 개서어나무 숲, 전남 함평 향교리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은 각각 천연기념물 82호, 108호로 지정받아 보호받고 있습니다.
[까치박달]은 이름 때문에 박달나무 종류로 오해받는데 서어나무속의 나무입니다. 박달나무의 특징은 나무가 단단한 것이 특징인데 까치박달이 아무래도 좀 단단해서 이리 이름 붙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소사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데 보통은 분재로 많이 기르고 있습니다. 서어나무보다 작기 때문에 소서목(小西木)으로 불리다가 소서나무로 그리고 소사나무로 이름이 변했습니다. 강화 마니산 참성단 옆에는 150년 된 멋진 소사나무가 천연기념물 502호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 해변가에는 정말 멋진 소사나무 군락지가 있습니다. 영흥도를 방문하실 기회가 된다면 빼먹지 말고 꼭 가보시라 권해드립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대한 사상의 물결일 수도, 혁명의 깃발일 수도, 참혹한 전쟁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중에 [세상을 가장 쉽게 바꾸는 일은 생각을 바꾸는 일]입니다. 제가 한국의 탄생화를 제작하고 매일 그 꽃 사진을 편집하고 글을 쓰는 수고를 즐겁게 실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꽃을 통해서 생명의 연대와 그 생명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전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철학자인 저에게 주어진 소명이라 믿는 까닭입니다. 그 작은 일이 모이고 모이면 우리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실제로는 지구가 자전을 하는 것이지만, 노을을 보기 위해 해가 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태양이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는 태양처럼 가을이 빠르게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양의 노을처럼 아직까지 세상은 온통 단풍의 물결입니다. 태양이 서녘 끝으로 숨어버리면 노을도 사라지듯이, 단풍의 시간도 고작 열흘 정도 남아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늘 그 가을을 만나러 고군산반도로 짧은 여행을 떠납니다. 세상살이가 조금 벅차고 힘이 들더라도 오늘은 2024년 가을을 만나러 나가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과 멋진 만남을 가지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