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기와 지붕에도 뿌리를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약초. 바위솔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가사에 근면, 가정에 충실]의 꽃말을 가진 [바위솔] 무리입니다.
요즘과 같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다른 꽃들은 대부분 시즌 아웃을 선언하였습니다. 다른 꽃들이 모두 지고 난 후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바위솔]입니다. [바위솔]은 야생에서도 잘 자라지만 항암효과가 탁월하여 재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위솔과 둥근바위솔의 전초를 [와송(瓦松), 지붕직이]라 하는 데, 기와지붕에서도 악착같이 살아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꽃대를 올린 모습을 조금 멀찍이서 보면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느낌을 줍니다.
바위솔은 다양한 원예종으로도 만들어져 다육식물 화원이나 온실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가을 강원도 영월 주천으로 여행을 갔을 때 그곳 양봉장에서 [연화바위솔]과 [거미바위솔]을 근사하게 키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침 [연화바위솔]은 막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주위 환경과 어울린 멋진 모습에 한동안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화바위솔은 잎의 두껍고 백록색의 연한 느낌에 모양이 평편하게 퍼져있어 마치 연꽃이 핀 것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고산지대에서 살다가 최근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거미바위솔]은 잎의 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와송]을 비롯한 바위솔들은 돌나물과의 상록성 작은 다육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이맘때에 한 번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아이들은 곧 말라버립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자기 덩치보다 큰 꽃대를 올리고 올망졸망한 작은 꽃들을 수없이 만들어 내느라 온 힘을 다 쏟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에는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죽는 식물과, 단 한 번의 사랑이 끝나면 죽는 동물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일단 한해살이풀들이 다 그렇습니다. 여러해살이풀 중에서도 `대나무`, `용설란` 등이 그러하였습니다. 곤충 중에서는 매미가 약 5년~7년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약 보름 동안을 매미로 살면서 짝짓기를 한 번 하고 생을 마칩니다. 한여름 내내 시끄러웠던 매미의 울음소리는 짝을 찾는 절규의 소리였습니다. 물고기 중에서는 연어가 그러합니다.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내려가 살다가 짝짓기를 할 때에는 자기가 태어난 작은 강이나 냇가로 필사의 귀향을 시도합니다. 고향에 무사히 도착한 연어들의 목적은 짝짓기 한 번과 장렬한 죽음입니다.
자손을 만들어 생명을 이어가는 성[性] 행위는 정신적인 사랑에 못지않게 거룩하고 성[聖]스럽습니다. 희랍어에서는 정신적 사랑인 [아가페]와 육체적 사랑인 [에로스]를 구분하였지만 대부분의 언어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사랑]으로 혼용해서 쓴답니다. 저의 철학적인 눈으로도 [에로스 사랑]과 [아가페 사랑]의 무게는 동등합니다. 정신적인 사랑은 고고하며 귀하게 생각하고, 육체적인 사랑은 터부시하며 부끄러워하는 것은 여성의 성을 남성의 성에 종속시키려는 남성 중심의 인류문화가 낳은 독특한 현상입니다. 이렇게 목적은 살짝 불순했지만 결과는 어쩌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부부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의 시작되었으며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원시시대의 가족형태는 모계사회이고 많은 동물들이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그 사회에서는 아버지를 특정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옆에 배우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십시오. 인간만큼 한 배우자를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는 동물은 없습니다. 한평생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인 사랑의 파트너가 되어준 배우자에게 감사하시고 더욱더 사랑을 나눠주시는 하루이시길 바랍니다.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권리이며 또한 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