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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잎이 7장인 칠엽수.

[11월 7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잎이 7장인 칠엽수.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칠엽수]입니다. 한 가지 끝에서 잎이 일곱 개 씩 나온다고 해서 칠엽수입니다. 칠엽수라 7일에 맞추어 한국의 탄생화를 정했습니다. 칠엽수는 잘 모르시는 분도 마로니에라고 하면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칠엽수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일본이 원산인 [칠엽수]와, 북아메리카가 원산으로 유럽에 많이 있는 [서양칠엽수]라 불리는 [가시칠엽수]입니다.  열매가 있다면 두 종을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열매를 싸고 있는 껍질에 가시가 길게 나 있으면 가시칠엽수이고, 일본칠엽수는 가시가 거의 퇴화되어 반들반들 합니다. 그 껍질 안에는 말밤이라 불리는 칠엽수 열매가 있는데 밤보다는 조금 크고 찌그러진 형태로 독이 있어 식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대학로 근처인  동숭동에는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데요, [마로니에]는 좁게는 서양칠엽수인 [가시칠엽수]를 의미하지만 통상 칠엽수 전체를 부르는 말로 통용됩니다. 프랑스 상젤리에 거리의  마로니에 가로수길은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습니다. 서울 마로니에 공원은 예전에 서울대학교 문리대가 있었던 자리인데 서울대가 지금의 관악구로 옮기면서 공원이 되었습니다. 칠엽수가 있어서 공원 이름을 이리 정했다고 합니다.  학창 시절 대학 축제가 끝나면 동아리 동무들과 1차, 2차, 3차의 뒤풀이가 이어지는데요, 술 집이 모두 문을 닫으면 마지막으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가서 호주머니 동전까지 다 털어 소주 몇 병에 새우과자 한봉을 들고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떠들던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선후배의 우정을 돈독하게 한다는 동아리 전통으로 학번별로 내려오면서 줄빳다도 맞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군사독재를 그리 비판하면서 그 문화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이지요.

그 마로니에 공원에는 틀림없이 칠엽수가 있었겠지만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으니 칠엽수와의 추억은 아쉽게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마로니에 공원의 어원을 알았으니 모교를 방문하거나 대학로에 가게 되면 마로니에 공원에 들러 칠엽수를 꼭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여름에 성남 야탑역 근처에서 만난 가시칠엽수는 정말 도깨비 철퇴와 같은 가시가 있는 열매를 맺고 있었는 데 그 독특한 모습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인천대공원의 백범광장 입구에도 칠엽수가 있는데 몇 년 전에 아내와의 가을나들이 때 아름다운 단풍 모습에 한동안 사진을 찍으며 놀았답니다.


제가 사는 안양에는 석수도서관에 칠엽수가 많이 식재되어 있습니다. 몇 해 전 봄에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하얀 탑 같은 꽃을 제게 보여주어 저를 기쁘게 하였답니다. 마로니에공원에서 불러주지 못했던 칠엽수의 이름을 실컷 불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로니에 칠엽수의 꽃말은 '사치스러움, 낭만, 정열'입니다. 이 중 '낭만'이 우선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