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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가을의 색깔은 감색. 가을의 과일은 감. 그리고 고욤나무

[9월 26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가을의 색깔은 감색. 가을의 과일은 감. 그리고 고욤나무

오늘 세계의 탄생화는 달콤한 과실수인  [감나무]입니다.  지금 전국 대부분의 감나무에는 곧 수확을 기다리는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텐데요, 그에 맞추어서 오늘 한국의 탄생화 역시 [감나무]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감나무와 떨어질 수 없는 감의 대리모인 [고욤나무]도 오늘의 탄생화입니다.  


감나무는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이기도 합니다. 사실 감나무 꽃은 작기도 하거니와 사람들을 매혹시킬 만큼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우리가 시장에서 사 먹는 감의 대부분은 고욤나무와 젖붙이기한 감나무라는 거?

대부분의 과실수들이 그렇듯이 순수한 감나무의 종자로는 크고 맛있는 감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욤나무의 밑동에 감나무 가지를 젖붙이기하여 키우는 것이 보통 감나무와 고욤나무의 운명입니다.


감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은 청도 반시, 진영 단감, 하동 대봉, 상주 곶감 등이 유명하고 저의 외가가 있는 충북 영동에는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지금 이맘때부터 늦가을까지 거리의 풍경을 감나무로 매혹시킨답니다. 청도에서는 매년 10월에  감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10월 11일~13일에 축제가 열립니다. 11월에는 진영에서도 단감 축제가 있는 데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고욤 열매는 미니 감처럼 작게 생겼는데, 색깔이 주황색보다는 회색에 가깝고 떫어서 완전히 익은 열매를 조금 더 삭혀서 먹어야 겨우 먹을만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일흔 고욤보다 감 하나가 낫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옛날 시골 앞 마당에는 거의 감나무가 있었는데요, 뒷간 옆에는 대추나무, 뒷동산에는 밤나무, 뒷동산 뒤 산에는 돌배나무를 심었습니다. 이는 제사상에 꼭 올라가야 하는 과일인 조율이시(棗栗梨枾)를 얻기 위함이었답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감의 달콤한 과즙은 고욤나무 뿌리의 노력 덕분입니다. 순수한 감나무의 감으로는 작고 맛없고 떫은 땡감이 생산된답니다. 마찬가지로 고욤 열매 역시 땡감보다 더 작고 떫어서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냥 먹으라 해도 맛있게 먹어 줄 사람도 없습니다. 감의 천성과 고욤의 노력이 만나 우리가 맛보는 맛있는 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상은 혼자서 독불장군처럼 잘난 척하는 것보다는 서로 협력할 때 더 좋은 결과를 맺게 될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생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는 산소를 싫어했던 혐기성 고세균과 산소를 이용해 살아가는 호기성 박테리아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것이 생명 진화의 정설입니다. 지금부터 약 20억 년 전의 대사건이었답니다. 그래서 우리 세포에는 두 종류의 유전 정보가 있는 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23쌍 46개의 염기와, 운동을 주관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염기입니다. 우리가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음식으로 먹은 영양분의 탄소와 숨으로 들이쉰 산소를 결합시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몸의 형태와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고세균이 진화한 원형질 세포의 역할입니다. 감나무의 역할이지요.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호기성 박테리아가 진화한 미토콘드리아의 숨은 역할입니다. 고욤나무의 역할과 같습니다.

모든 생명은 협력과 결합을 통하여 발전하고 진화합니다. 가을이 감처럼 익어가는 오늘 우리는 누구와 협력해야 멋진 가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