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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10월의 마지막 밤. 1억 5천만년을 이어 온 은행나무

[10월 31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10월의 마지막 밤. 1억 5천만년을 이어 온 은행나무

시월을 시작하며 시월의 하루하루를 '시월의 어느 멋진 날'로 만들자고 했는데요, 어느덧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란 노랫소리가 하루 종일 들릴 시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시월은 어떠셨는지요, 저의 시월은 조금은 힘이 들기도 했지만 나름 행복하였답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을 장식할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은행나무]입니다. 붉은 단풍은 단풍나무가 대표라면 노란 단풍은 은행나무가 대표합니다. 단풍나무는 세계의 탄생화와 맞추어 10월 25일로 정했고, 은행나무는 가을의 절정인 오늘을 탄생화일로 정했습니다. 마침 오늘은 '세계 저축의 날'이기도 합니다. 저축은 은행에서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는 10월 31일이 저축의 날이 있었다가 지금은 금융의 날로 바뀌어 매년 10월 마지막 화요일에 기념하고 있습니다.


약 1억 5천만 년 전부터 공룡들과도 함께 살았던 은행나무는 수삼나무인 메타세쿼이아, 소철 등과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다 멸종되고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에는 실질적으로 은행나무 한 종 밖에 없습니다. 원예종으로 몇 종을 개발했지만  원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은행나무가 이리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끈질긴 생명력 덕분입니다. 공해에도 강하고 공기 정화 능력도 뛰어나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으며, 원만한 추위에도 잘 견디며, 나무의 수명도 무척 긴 나무입니다.  긴 수명 덕분에 거대 은행나무가 많이 있는데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만 무려 23그루가 있습니다. 전부 수령이 500년 이상인 거목들입니다.  천연기념물은 소나무가 가장 많은데 품종이 나뉘어 있고 단일 품종으로는 은행나무가 가장 많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로 나무의 높이가 건물 20층 높이인 62m로 우리나라 모든 나무 중 가장 키가 크고 수령도 1,100년이라 합니다.


이맘때 은행나무 축제도 전국 곳곳에서 열립니다. 10월 한 달간만 문을 여는 홍천의 은행나무숲, 보령의 청라 마을 은행나무, 괴산 문광지 은행나무, 아산 염치읍 은행나무길, 서울 강북구 은행나무 등이 유명하니 시간이 맞으시면 노란 은행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부부와 가족들이 손잡고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은행나무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많은데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에는 은행나무가 없다는 거.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나무가 자생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는 은행나무는 전부 사람들이 심은 은행나무입니다. 은행 열매를 먹는 동물이 사람밖에 없기 때문에 동물의 힘을 빌려 자연 발아하기가 어렵고 어찌어찌 은행 씨가 땅속에 묻힌다 해도 자연 상태로는 발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에서 심은 은행나무가 가장 깊은 산속에 있는 은행나무입니다.

은행나무는 1억 5천만 년의 유구한 세월을 견디며 살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에 의해 번식하고 종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인류가 멸종한다면 은행나무는 어떻게 살아남게 될까요? 제 생각엔 사람이 없었을 훨씬 이전부터 있었고, 6천5백만 년 전 대멸종 때도 살아남았던 은행나무는 인류가 핵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것은 은행나무가 가진 생명력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아름답고 풍요로운 계절. 시월이 딱 하루 남았습니다. 그래도 어찌 되었든 시월의 마지막 밤 노래는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2024년 시월의 마지막 밤을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도록 멋진 하루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