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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해당화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10월 29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해당화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해당화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얐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머 일즉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얐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설에 대히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세계의 탄생화와 맞춘 [해당화]입니다. [장미과 장미속]의 식물로 장미가 피는 5~7월에 바닷가 모래밭에서 꽃을 피운다고는 하지만 몇 년 전 옹진의 신도, 시도, 모도를 방문했을 때나 언젠가  이맘때 시흥 갯골생태공원에서도 빨간 열매와 더불어 진홍색 해당화 꽃이 활짝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당화는 보통 붉은 꽃이 피지만 가끔 흰색 꽃이 피는 경우도 있습니다.

꽃이 지면 열매가 익기 시작하는데 10월 말인 지금까지도 해당화의 붉은 열매는 지나는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한국의 탄생화 선정은 통상은 개화기에 맞추어 날짜를 정하지만 몇 년 전 이맘때 경복궁에서 본 해당화 열매가 하도 예뻐서 세계의 탄생화와도 맞출 겸 해당화는 열매의 결실기로 탄생화 날짜를 정했습니다.  

해당화 열매는 비타민C가 풍부해 'Sea tomato'라 부르기도 하고, 간을 보호하는 작용도 있지만 치통, 설사, 관절염, 건위, 습비, 유선염, 토혈 그리고 풍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해당화 열매로 담근 술이나 효소는 피로회복, 식욕 증진, 강장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식용 증진' 때문에 저한테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식욕이 너무 좋아 걱정인데 말이죠.


붉은 해당화 꽃은 오늘 추워진 날씨에 어쩌면 이미 시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방울토마토를 닮은 해당화 열매는 지금도 해당화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을 것입니다. 어느덧 시월이 끝자락을 향하고 있습니다. 시월의 어느 찬란하고 멋진 날. 오늘도 그날이기를 기도해 봅니다. 인생은 짧지만 사랑할 시간은 충분하고, 시월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지만 그 찬란함을 만끽할 시간은 아직도 한가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