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종의 철학단상(哲學短想)] 쏜 화살과 같은 세월. 시간과 공간의 철학적 사유
'화살'이 가지고 있는 말의 이미지에서 저는 두 가지 영감이 떠오른데요, 하나는 '화살같이 빠른 세월'이라는 시간적인 의미와, 또 하나는 '인류의 무기와 무력의 변화'의 느낌입니다. 그중 시간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점점 빠르게 느껴집니다. 과학적으로는 '기억'의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젊었을 때는 시간과 시간 사이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고, 나이가 들수록 시간과 시간 사이의 기억이 적게 남아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영상을 슬로비디오로 보는 것과 빨리 보기로 보는 것의 차이입니다.
우주에서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시간이 일정하게 똑같은 속도로 흐른다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흐름은 중력과 속도에 의해 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인슈타인에게 고정불변인 것은 '빛의 속도'였습니다. 지구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실제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에서의 시간과 지구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GPS를 이용한 내비게이션은 이 시간의 차이를 보정해 주어야 정확한 길 안내를 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인 의미로 공간은 빛의 팽창 (c^2)력 입니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만을 이야기하지만, 저의 철학적인 깨달음은 우리 우주는 팽창과 수축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팽창의 결과는 공간이고, 수축의 결과는 물질입니다. 고전역학은 팽창우주에서의 규칙이고, 양자역학은 수축 우주의 규칙입니다. 그래서 이 둘은 합쳐지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의 역동 원리를 하나의 규칙으로 묶어보려는 통일장이론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요, 이 시도가 결국 실패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질의 등가 변환은 에너지이고, 공간의 등가 변환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은, 나와 그 별 사이의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그 별 사이의 시간을 보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이것을 시공간이라 표현합니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가 어떤 물질을 보는 것은 그 물질에 함축된 에너지를 보는 것입니다.
'쏜살같다'는 말이 있는데요, 풀어서 이야기하면 '쏜 화살과 같이 빠르다'의 뜻입니다. 시간이, 세월이 쏜살같이 흐릅니다. 우리 생명에 있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은 어디인지 우리는 너무나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우리 생명은 시간이라는 화살에 올라타 우주의 공간을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 화살이 죽음의 과녁에 닿기 전에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