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9월 25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겸손하게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천사의나팔, 교만하게 하늘에 대드는 악마의나팔 독말풀

[[9월 25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겸손하게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천사의나팔, 교만하게 하늘에 대드는 악마의나팔 독말풀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요즘 개화하는 천사의나팔, 악마의나팔 등 외국에서 들어와 한국의 가을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지과의 외산 꽃들입니다.  [악마의나팔]이란 별명을 가질 독말풀은 [털독말풀], [흰독말풀]이 있는데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독말풀은 대부분 [털독말풀]입니다.

[천사의나팔]이란 꽃 이름으로 등재된 영어 이름 [엔젤트럼펫]이 오늘의 대표 탄생화입니다.  천사의나팔과 독말풀들은 여름부터 꽃이 피었던 아이들이지만 찬바람이 부는 요즘에 꽃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독말풀의 종류들은 말 그대로 독을 품고 있습니다.  꽃이 아주 큰 편에 속하고 추위에도 강한 이 아이들은  커다란 나팔꽃을 보는 느낌입니다. 요즘 화분과 화단에 많이 심고 있는데 꽃이 크고 아름답다고 코를 가까이하여 향기를 맡는다든가, 손으로 만지는 행위는 권장할 수 없습니다. 꽃에도 독성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초는 약초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요, 독말풀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유도 독을 정제하여 약으로 쓰기 위함이었습니다. 독말풀, 털독말풀과 흰독말풀은 화단과 화분을 벗어나 우리나라 야생에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재배식물로 분류됩니다. 한편 독말풀과 흰독말풀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종자를 남기는 한해살이풀로 분류되는 반면에 털독말풀은 강한 생명력으로 잎과 줄기는 시들지만 뿌리로 겨울을 버티는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됩니다.

[천사의나팔]은 아직 귀화식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그 이름 때문인지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천사의나팔]은 꽃이 땅을 향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천사의나팔은 열대성 상록 관목으로 어엿한 나무입니다. 반면에 풀로 분류되며 [악마의나팔]이라 불리는 [독말풀]은 그 큰 꽃송이를 꼿꼿이 세워 꽃이 하늘을 향하고 있답니다. 그것이 서양 사람들의 눈에는 하늘과 하느님께 맞서려는 교만함으로 보였나 봅니다. 비슷한 꽃이 하나는 천사의 이름으로 또 하나는 악마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야생 나리 중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요, [땅나리]는 꽃이 땅을 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꽃을 하늘로 향해 꼿꼿이 세운 나리들도 있는데요, 우리 조상들은 이 꽃들의 이름을 무엇이라 불렀을까요?  

[하늘나리, 하늘중나리, 날개하늘나리]
느낌이 전혀 다르지요?

이 처럼 같은 사물과 상황도 보는 시각과 의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초등학교 수학에는 육면체의 나무를 몇 개 쌓아 놓고 위에서 본 모양, 옆에서 본 모양 등을 그려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똑같은 물질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양이 되지요. 제가 연구하는 우주와 생명의 모습도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 표현됩니다. 종교의 눈, 과학의 눈, 철학의 눈으로 보는 우주와 생명의 모습이 다 각기 다릅니다. 그 다름이 모여 진실의 문으로 한발씩 전진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