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모든 꽃이 지고 난 후 숨죽여 피는 꽃. 차꽃
모든 꽃이 지고 난 후
숨죽여 피는 꽃이 차꽃이라는데
늦가을 남쪽 언덕을
걸어가는 그대 뒷모습 여지없는 차꽃입니다
(차꽃과 그대 _ 김유철 시인)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차나무과 동백나무속]의 [차나무]입니다. 식물 분류에서 표시되듯이 동백나무와 무척 가까운 아이입니다. 통상은 `차나무과 차나무속`으로 분류하든가, `동백나무과 차나무속`으로 분류해야 맞는데 좀 독특하게 식물 분류를 하였습니다. 잎과 꽃의 모양에서 동백나무를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동백나무잎을 찻잎으로 쓸 수는 없습니다. 동백나무와 마찬가지로 겨울에도 잎이 푸르른 상록활엽수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남부 지방과 제주도에서 재배 또는 일부 야생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보성의 녹차밭은 아주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동백나무처럼 키가 10m 가까이 자랄 수 있지만 찻잎을 손쉽게 따기 위해 사람들이 계속 가지치기를 해주는 통에 1m 남짓만 자라게 합니다.
꽃은 모양은 동백을 닮았지만 색은 거의 흰색에 가깝고, 보통 9월부터 개화하여 11월까지 꽃이 핍니다. 물론 짓궂은 아이들은 12월에 꽃이 피기도 하고 이른 봄인 3월에 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가끔은 있습니다. 사람 세계도 그렇듯이 꽃의 세계에도 삐딱선을 타는 아이들이 꼭 있지요?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4월, 5월에 새순이 돋으면 그 순을 따다 이리저리 볶고 찌고 열을 가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서 말린 잎을 우려내어 마시는 것이 녹차입니다. 홍차는 잎을 적당히 발효시켜 만든 차이고, 우롱차는 녹차와 홍차의 중간 방식으로 만듭니다. 품종으로는 녹차를 주로 만드는 중국종과 홍차용의 인도아샘종, 그리고 이 둘의 혼합종이 있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주로 마시는 차는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가져가 만든 홍차 종류입니다. 인도아샘종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심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는 주로 녹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은 통상 차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돈이면 술을 한잔하는 편이 더 낫지요. 그런데 녹차의 효능을 보면 지방 감소, 혈당 조절, 암세포 억제, 산화 방지, 피부 미용 효과 등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술을 줄이고 차를 마셔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벌써 제가 속한 몇 모임에서는 송년 모임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술은 줄이고 차는 많이 마시는 올해 송년회를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녹차)
(우롱차)
(홍차)
10월도 오늘이 지나면 열흘밖에 남지 않습니다. 아침, 저녁은 쌀쌀하다 못해 제법 춥기까지 합니다. 올해 여름 가을까지 이어진 무더위 때문에 단풍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설악산으로부터 단풍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얼마 후면 설악산의 그 단풍 소식이 곧 동네 산에도 전해질 것입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따뜻한 차와 따뜻한 사람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