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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아삭하고 알싸하고 담백하며 감칠맛 나는 그런 맛있는 김치 같은 사람

[4월 1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아삭하고 알싸하고 담백하며 감칠맛 나는 그런 맛있는 김치 같은 사람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봄에 꽃이 피는 [배추과(십자화과)]의 채소와 풀들입니다.  네 장의 꽃잎이 십자가 모양인 것이 이 가문 꽃들의 특징입니다. 배추속, 무속, 소래풀속, 꽃무속, 꽃케일속에 속한 식물로 대표적인 채소는 [배추속]의 [배추], [갓], [양배추]이고 [무속]의 [무]입니다.

[소래풀]은 줄기와 잎은 물론이고 꽃도 식용할 수 있는 식물입니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삼국지에 제갈공명이 군사들의 식량으로 쓰기 위해 소래풀을 심었다고 해서 [제갈채]로 불립니다. 씨로는 기름을 짤 수 있다고 하는데 소래풀의 개체 수가 많지 않아 상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치유], [변함없는 사랑], [넘치는 지혜]라는 멋진 꽃말을 가지고 있는 [소래풀]은 한 번 만나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보라색 꽃입니다.


유채처럼 남부 지방이 주요 서식처이지만 제가 사는 안양천에서도 [소래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안양 1동 구간에만 있었는데 지금은 자연적으로 퍼져서 호계동에서 박달, 석수동까지 천을 따라 활짝 피어 있습니다. 지금 안양천에 가시면 그 보라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 10가지를 한국의 10대 채소라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채소들이 많은데요. 압도적인 1위는 배추입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없어 정확하진 않지만 2014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채소 소비량은 1년에 약 187.6 kg으로 세계에서 가장 채소를 즐겨먹는다고 합니다. 이 중 배추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2kg이니까 압도적 1위라 할 수 있습니다. 2위는 [무]였었는데 지금은 소비가 급감해 2위 자리를 양파에게 내어 주었다고 하고 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양파는 28.6kg, 무는 약 20kg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당근, 대파, 가지, 오이, 고추, 상추, 쑥갓, 갓, 마늘 등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채소입니다.


세계적으로는 토마토가 1위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가 채소가 아니라 과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토마토를 사려면 채소가게가 아니라 과일가게나 마트의 과일 코너로 가야 합니다.

노란색의 배추꽃은 꽃만 보면 유채꽃과 아주 흡사합니다.  조그만 노란 꽃들이 자잘 자잘 하게 뭉쳐 피어 배추꽃이 핀 배추밭을 멀리서 사진 찍으면 유채꽃밭을 찍은 것과 구분할 수 없습니다. 꽃말도 유채와 같은 [쾌활]입니다.

무꽃은 흰색이나 보라색 꽃이 피는데 소래꽃이 피듯이 한줄기에 많은 꽃이 열리지 않고 듬성듬성 몇 송이 피지 않습니다. 대신 꽃의 크기는 십자 모양이 확연히 보일 정도로 배추꽃에 비해서는 큰 특징이 있습니다. 무꽃의 꽃말은 [계절이 주는 풍요]입니다.


김치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나라의 특산 발효식품입니다. 배추, 무, 파, 고추, 마늘, 갓 등에 양파를 갈아 넣고 만든 배추김치는 채소가 만든 종합 예술입니다. 음악으로 표현하자면 오페라급입니다. 배추, 당근, 오이 등으로 만든 물김치는 뮤지컬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일 품목이 주인공인 깍두기나 갓김치는 콘서트 정도 되겠지요. 김치는 한국인의 먹거리엔 절대 빠질 수 없는 아름다운 음식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생명체의 일부분이었던 유기물이 세균 등 미생물에 의해 썩는 것은 사람의 기준으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고 몸에 유익하게 썩는 것을 발효(醱酵)라 하고, 그 식품을 발효식품이라 합니다. 김치를 비롯해 콩을 발효해서 만든 된장, 간장 등이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발효식품입니다. 서양에서는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와 치즈가 있습니다. 이때 쓰이는 균을 유산균이라 표현합니다.

썩는 것은 똑같은데 사람이 먹으면 배탈이 나고 해가 되게 썩는 것은 부패(腐敗) 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그 부패조차 못하는 것이 있는데 산의 낙엽들입니다. 환경이 오염되어 낙엽이 산성화되면서 어떤 세균도 낙엽을 썩게 만들 수 없어 산에는 몇 년 묵은 낙엽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썩는 과정은 똑같은데 어떤 것은 몸에 좋은 발효이고, 어떤 것은 몸을 상하게 하는 부패입니다. 사람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의 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활동하면 할수록 사회에 해만 끼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도 그렇지 않을까요? 당신은 당신의 배우자와 우리 사회에 유산균의 역할입니까, 세균의 역할입니까?  한살이 삶을 살아가면서 이왕이면 유산균이 톡톡 터지는 아삭하고 알싸하고 담백하며 감칠맛 나는 그런 맛있는 김치 같은 사람, 그 김치를 만드는 유산균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치는 배추, 무 등 각종 채소들과 김치 유산균이 만들어 낸 종합예술품입니다. 우리 사회도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사회시스템이 어울릴 때 아삭하고 감칠맛 나는 김치처럼 행복하고 신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