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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詩와 시낭송] 황매화

💐🐦 [꽃과 詩와 시낭송]
황매화
    _ 하늘바다 여운종

에헤라. 이쯤에서 접어두자.
내가 다 못한다면 누군가 또 하겠지.
번잡한 일 접어두고 동무들과 소풍가자.

시골 산골 낙안읍성 초가삼간 담장 너머
황매화 죽단화 샛노랗게 재잘이며
자기들도 춘삼월 매화라며 눈 찡그려 우기는데
구첩반상에 값비싼 청주는 아니어도
두부 김치 화전 놓고 막걸리 탁배기 한잔하며
이 봄을 쉬어가라 재촉한다

회초리처럼 가느다란 몸매로는
홍매화, 백매화의 기품에야 어찌 비길 수 있냐마는
설매화야 고관대작 명문자제 차지일 터니
오늘 난 인심 좋은 시골 마을 촌부가 되어
진달래 화전할 때 황매화 한 잎 곁들이고
입담 걸고 먹성 좋은 동무들과 어울려
죽단화 띄어 놓고 이 봄을 놀아본들 좀 어떠하리.

에헤라. 이쯤에서 접어두자.
봄이 저리 애타하며 놀자 하는데.

👮‍♀️🎶 [시 낭송]
  황매화 _ 하늘바다 여운종 ​
https://youtu.be/ArC1S-C9sfU



2017년 봄에 초등학교 동무들이 버스 한 대를 대절해 순천으로 소풍을 갔습니다. 널따란 순천만 국가 정원을 관람하고 조금 늦더라도 옛 성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순천의 명물 낙안읍성도 둘러보고 올라가자 해서 성에 들렀습니다. 성 입구에 작년 늦은 가을에 심었을 꽃양배추가 겨울을 나고 꽃대를 올리고 노랗게 배추꽃을 피워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습니다. 성곽으로 올라 성을 거의 한 바퀴 돌 수 있었는데 성 안의 집들이 단지 보존용, 전시용 집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산다고 합니다. 성곽을 돌면서 어느 초가집을 내려다보니 마당 한 켠 조그만 텃밭 뒤로 황매화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평안'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저의 한살이 삶도 그리 순탄치는 않아 젊은 시절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어느새 환갑을 지나 인생의 석양을 향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은 훗날에 도시의 번잡을 피해 시골로 내려와 사랑하는 아내와 맘에 맞는 몇 친구들과 어울려 작은 기쁨에도 크게 웃으며 막걸리 한 사발에 황매화 한 송이 띄우며 시 한 수 읊조리고 노래 한자락 흥엉거릴 수 있는 평화의 세월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