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꿀이 많으니 꿀벌이 좋아하고, 가을 그 보라 향기가 짙으니 나그네 발길을 멈추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가을 향기]의 꽃말을 가진 [꿀풀과 향유속] 식물들입니다. 식물도감에는 향유, 꽃향유, 좀향유, 가는잎향유, 다발꽃향유, 변산향유, 한라꽃향유 등 12종의 자생종과 1종의 귀화식물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 중 [좀향유]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식물로 분류됩니다.
제가 사는 안양에는 수리산 도립공원이 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동네 뒷산이 느닷없이 도립공원이 된 것이지요. 수리산은 안양, 군포, 안산, 시흥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답니다. 주능선에는 다섯 개의 큰 봉우리가 연결되어 있는데 관모봉, 태을봉, 슬기봉, 수리봉은 안양과 군포의 경계이고, 수암봉은 안양과 안산의 경계입니다. 태을봉이 가장 높은 수리산의 주봉이고, 수암봉이 오봉 중엔 가장 낮은 봉우리이지만 안산시 땅 중에서는 가장 높은 곳입니다. 슬기봉과 수리봉은 공군의 레이더기지와 관리부대가 있어 민간인은 오를 수 없지만 그 아래로 멋진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어 봉우리에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수리산 군포지역에는 수리산 임도길이 있는데, 산악자전거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산불이나 긴급사항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만든 길이라 길이 제법 넓어 산악자전거를 즐기기엔 아주 좋은 곳입니다.
군포시는 이 임도길에 아름다운 길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군포 중앙도서관에서 임도오거리를 거쳐 수리사로 가는 '풍경소리길', 수리사 입구에서 조팝나무길, 잣나무 숲과 반월호수가 보이는 바람개비 정자를 지나 에덴기도원까지 연결된 '바람고개길', 그리고 샛노란 단풍이 아름다운 백합나무 군락지에서 시작하여, 덕고개를 지나 임도오거리, 군포 중앙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구름 산책길'이 있습니다.
지금 이맘때 구름산책길 중 덕고개와 임도오거리 구간을 걸으시면 길을 따라 펼쳐진 [꽃향유] 군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길은 이른 봄에는 하얀 남산제비꽃이, 그 제비꽃과 함께 벚꽃길이, 벚꽃이 질 때쯤에는 철쭉길이 반겨주는 곳입니다.
[꽃향유]는 [향유]보다 꽃송이가 크고 꽃들이 더 밀집되어 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배초향은 꽃 뭉치가 사방으로 피어 꽃차례가 둥근 기둥의 형태인데 반해, 꽃향유와 향유는 한쪽 면으로 꽃이 핍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향기가 진하고 꿀이 많아 벌이 꿀을 빨아오는 밀원식물로 쓰입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산과 들에는 꽃향유와 가을 들꽃들이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을 이기고 안간힘을 다해 아직은 꽃의 계절이 끝나지 않았음을 웅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