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을미사변. 일본에서 건너 와, 나라를 붉게 물틀이는 홍매자나무
1895년 10월 8일. 오늘은 을미사변이 일어난 날입니다. 당시 주한 공사 미우라는 수십 명의 일본인 낭인과 일본 수비대를 하수인으로 고용하여 경복궁을 침입, 고종을 겁박하고 명성황후를 무참하게 시해하여 그 시신은 화장하는 을미사변을 일으켰습니다. 고종은 명성황후의 죽음을 그 해 12월 1일에서야 발표하였고, 장례식은 2년이 더 지난 1897년 11월에 국장으로 치러집니다.
명성황후 민비가 저지른 못된 행실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국의 국모가 당하는 모욕은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생기게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정을 농락하는 그녀를 우리가 끌어내어 처단하는 것은 3.1민중혁명의 명을 받아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받은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혁명 역사의 위대한 발걸음이 되겠지만, 만약 일본 야쿠자들이 대한민국을 농락하고자 용산이든, 한남동이든, 청와대 등을 마음대로 침입하여 그녀를 참혹하게 잡아 죽였다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민족적 능욕이 되는 까닭입니다.
을미사변은 1910년 경술국치로 국권이 일본에 넘어가기 전까지 서서히 그리고 치욕스럽고 비참하게 무너지며 망해가는 대한 제국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사건입니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빨간 열매와 붉은 단풍 그리고 커다란 가시가 인상적인 [매자나무과 매자나무속]의 식물들입니다. 매자나무속은 세계적으로는 약 500여 종의 식물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특산식물인 [매자나무], [연밥매자나무]와 외국에도 분포하는 [당매자나무], [일본매자나무] 등이 오늘의 주요 탄생화입니다.
이 중 [일본매자나무]는 잎과 열매가 붉고 수려해 몇 해 전부터 공원과 둘레길에 많이 식재하고 있습니다. 일본매자나무는 봄에 새싹이 날 때부터 단풍이 든 것처럼 잎이 붉은 [자엽일본매자]와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가을로 오면서 점차 붉어지는 [일본매자나무]가 있습니다. 이 둘은 학명에서 속명과 종명까지 같고 명명자만 다른 데, 이런 것을 같은 종의 다른 품종이라 합니다. 한국의 탄생화에서는 이 둘과 또 다른 품종의 일본매자나무를 모두 묶어 [홍매자나무]라 칭하고 오늘 대표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우리나라 토종 매자나무를 대표로 하고 싶지만 거의 볼 수 없는 까닭이고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매자나무가 홍매자나무인 까닭입니다. 그리고 오늘 을미사변의 치욕도 잊지 말자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국립수목원 식물도감의 공식 명칭을 쓰지 않는 이유도 '일본갈잎나무'를 별명인 '낙엽송'으로 명명했듯이, 한국의 탄생화에 '일본'이라는 이름을 넣고 싶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리고 일본매자가 일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일본의 이름이 붙은 것이지 일본 특산식물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토종인 당매자나무와 일본매자나무는 거의 비슷하게 생겨 구분하기 어려운데 꽃이 피는 모양이 당매자나무는 한 줄기에 꽃이 7~8송이 매달린 총상형꽃차례, 일본매자나무는 2~4송이 매달린 산형꽃차례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 사진들을 비교해 보아도 한눈에 알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매자나무는 꽃 모양이 포도송이 같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꽃말도 서로 다른데 [일본매자나무의 꽃말은 싫증]이고 우리 토종이 [매자나무들의 꽃말은 까다로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