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양산 통도사의 홍매화가 추위에 움추렸으나...
중부지방은 노지의 꽃이 피려면 아직 한 달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하지만 서서히 남부 지방은 벌써 봄꽃들이 피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예년같으면 남부지방에서 올라오는 꽃소식이 넘칠테지만 지난 주 혹한의 추위 때문에 아직 많은 소식은 없습니다.
양산 통도사 홍매화는 입춘이 지나며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했다는 뉴스는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소식이 없습니다. 천연기념물이 된 화엄사 홍매화도 좀 더 기다려야합니다.



서귀포에서는 홍매화가 피었다는 뉴스가 올라왔고, 신안군 임자도에는 5만여그루의 홍매화를 식재했늘데 28일부터 축제를 한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올해도 지난 주 반짝 추위가 있었지만 여전히 예년 겨울들에 비해 춥지 않아 다음 주부터는 남부지방부터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 주인공에 오늘 탄생화인 홍매화 있습니다.
그런 말이 있죠?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 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봄이 시작되어 매화가 피는 것이 아니라, 매화가 피니 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남부 지방부터 봄이 물들고 있습니다. 그 봄의 소식이 점점 위로 올라와 3월을 지나 4월에 이르면 한반도 삼천리 금수강산은 온통 봄의 향기와 축제의 노래가 울리게 될 것입니다. 올해 봄은 계절의 봄뿐만 아니라 평화의 봄도 한민족 한반도에 한껏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장미과 벚나무속]의 [매실나무] 중 꽃이 붉은 [홍매화]입니다. 매화는 매난국죽(梅蘭菊竹)의 사군자 중 봄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매화는 그런 사군자 중에서도 단연 으뜸입니다.
매화는 꽃의 색깔에 따라 흰색의 꽃이 피는 백매화와 붉은색 꽃이 피는 홍매화로 나뉘고, 겹꽃의 매화는 만첩백매화와 만첩홍매화로 나뉩니다. 황매화란 이름의 꽃도 있는데 황매화와 겹황매화인 죽단화는 매화와 같은 장미 가문이라도 벚나무속이 아니라 황매화속으로 분류되어 매화들과는 조금 먼 친척입니다.
사실은 하얀 매화와 붉은 홍매화는 학명이 똑같은 같은 종입니다. 식물의 분류 상으로는 홍매화와 백매화는 같은 나무인데 색깔이 다른 꽃이 피는 나무란 의미입니다. 반면에 겹꽂인 만첩흰매화와 만첩홍매화는 서로 다른 종입니다. 조금 헷갈리긴 해도 한국의 탄생화에서는 하얀 매화와 홍매화를 분리하여 탄생화를 정했습니다.
사군자의 으뜸이고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매화에 대한 경애의 표현입니다. 매화의 종류로는 크게 홍매, 고매, 청매, 분홍매로 나눌 수 있는데 통상 하얀 매화보다는 붉은 홍매화의 소식이 좀 더 빨리 올라와 2월 13일 오늘은 홍매화, 일주일 후인 사회 정의의 날 2월 20일에는 매화의 한국의 탄생화일로 정했습니다. 만첩매화들은 꽃이 만개하는 4월 5일의 한국의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남부 지방이라도 아직 제법 추울 텐데 추위에 떨고 있을 붉은 홍매화를 생각하고 나의 지나온 삶을 생각해 보면 어느새 눈가엔 눈물이 맺힙니다. 올해 환갑을 넘기고 보니 한살이 삶에 대한 회한과 그 세상살이의 고단함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梅 一生寒 不賣香 (매일생한 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을 팔지 않는다.
사람이 아무리 어려워도 지조를 지키고
절개를 지키며 신조를 잃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친구관계에서도 부부관계에서도 지키며 살아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의리]입니다. 몇 해 전메 관람한 '뷰티플 라이프'라는 연극이 있는데 이 연극을 보며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연극의 내용이야 그리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세상 사는 부부의 모습이 담백하게 녹아든 작품입니다. 관객 대부분이 젊은 친구들이었는데 중년 부부들이 꼭 보아야 할 연극으로 추천합니다.
붉게 물든 홍매화를 보면서, 혹시 배우자나 친구에 대한 의리는 지키며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하루이시길 바랍니다.
위 매화 시구절이 들어간 신흠의 한시 전문을 소개합니다. 이미 유명한 시이지만 이 멋진 한시 한수는 외우고 있다가 막걸리 한잔할 때 풀어놓으면 좀 폼 날 것 같습니다.
桐千年老 恒藏曲 (동천년노 항장곡)
梅一生寒 不賣香 (매일생한 불매향)
月到千虧 餘本質 (월도천휴 여본질)
柳經百別 又新枝 (유경백별 우신지)
오동은 천년이 지나도 곡조에 변함이 없고
매화는 아무리 추어도 향을 팔지 않으며
달은 천 번 이지러져도 제 모습을 간직하고
버드나무는 백번 잘려져도 새 가지를 올리네.
https://youtu.be/xdEetuPl7r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