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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서향의 향기, 겨울의 희망을 피우다

[2월 1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서향의 향기, 겨울의 희망을 피우다

추운 겨울, 대지는 얼어붙고 생명의 기운마저 숨을 죽이는 듯하지만,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이 계절, 서향은 조용히 자신을 피워내며 세상에 향기로운 메시지를 전합니다. 작은 몸집의 이 꽃은 겨울의 침묵을 깨고, 그 강렬한 향기로 마치 희망과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듯합니다.

서향은 중국을 원산지로 하는 상록 관목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귀하게 여겨집니다. 특히 꽃이 드문 겨울에 화려한 분홍빛이나 흰빛의 꽃을 피워내며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서향은 오래전부터 동양에서 특별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고려 중기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서향은 고려 후기 학자인 이색의 시에서도 언급될 만큼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의 시, 『목은집(牧隱集)』의  『서향화』 라는 시에는 서향의 은은하면서도 짙은 향기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서향의 향기는 마치 한겨울의 대지를 뚫고 피어난 희망처럼 느껴집니다. '천리향(千里香)'이라는 별명처럼, 그 향기는 천 리 밖까지 퍼진다고 전해질 만큼 강렬하고도 달콤합니다. 이 이름은 서향의 학명인 Daphne odora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odora'는 라틴어로 '향기로운'이라는 뜻으로, 서향의 본질을 잘 담고 있지요.

겨울의 끝자락, 서향의 꽃들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작은 꽃들이 모여 군집을 이루는 그 모습은 마치 하늘의 별을 땅 위에 옮겨놓은 듯 아담하고 고귀합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실내에서는 1~2월, 노지에서는 3~4월 이른 봄부터 향기를 전하기 시작합니다. 짙은 녹색 잎은 상록수답게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으며, 그 윤기는 마치 생명력이 가득 찬 서향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러나 서향의 열매는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습니다. 적색으로 익어가는 열매는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다프닌과 메제레인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서향을 키울 때 각별히 신경 써야 하지요. 하지만 독성 너머로 서향은 약재로도 사용됩니다. 뿌리와 줄기 껍질은 항염 및 진통 효과가 있어 치통, 인후염, 타박상 등의 치료에 쓰이며, 사람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이로움을 전합니다.

서향의 꽃말은 "꿈속의 사랑", "불멸", "명예", "희망", "영원한 사랑" 등입니다. 이 꽃말들은 서향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겨울의 차가움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내는 서향의 모습은 마치 인생에서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서향은 단순히 향기를 내는 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영감을 전합니다. 그것은 한겨울에도 포기하지 않고 피어난 생명력의 상징이자, 희망의 상징입니다. 서향처럼 우리도 세상에 우리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고유의 향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서향의 향기가 겨울의 대지에 번져가듯, 우리의 작은 친절과 진심이 세상을 따뜻하게 물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서향은 추운 겨울에도 꿋꿋이 피어나며 우리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희망을 속삭입니다. 이 향기로운 꽃처럼, 우리가 지닌 작지만 소중한 빛과 향기를 세상에 나누며 살아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