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공룡시대부터 살아왔던 또 하나의 화석나무. 철분을 주면 되살아나는 소철(蘇鐵)
오늘을 대표하는 한국의 탄생화는 [소철(蘇鐵)]입니다. 소철은 메타세쿼이아, 은행나무와 함께 화석 나무로 불립니다. 오랜 시간 동안 멸종하지 않고 종족 보존을 해왔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고생대의 마지막인 페름기에 번성하기 시작하여 중생대의 처음인 트라이아스기에 절정을 이룹니다. 공룡의 시대를 살았던 나무입니다. 트라이아스기에는 온 땅이 소철 종류로 뒤덮여 소철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페름기가 2억 7천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가 2억 3천만 년 전에 시작되었으니 소철의 생명의 역사는 400~500만년 전 침팬지와 갈라지면서 시작된 인류의 역사와 비교해 보면 우리들이 감히 상상하지도 못하는 유구한 것입니다. 오래된 식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암수딴그루로 바람에 의해 수정이 됩니다.
소철은 제주도와 남부 해안 지방에서는 야외에 식재하며, 나머지 지방은 온실이나 실내에서 키워야 하는 난대성 상록 침엽수입니다. 상록 침엽수이긴 해도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상록 침엽수인 소나무류와 측백나무류와는 사뭇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키가 1m ~ 4m의 작은 나무인데, 키 작은 야자수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듯합니다. 해외 분포 지역은 일본, 중국 남부, 인도네시아 정도입니다.



나무 이름이 참 독특한데요. 소철(蘇鐵)의 `소(蘇)`는 `되살아날 소`로 `소생하다` 등에 쓰이는 한자말입니다. 소철나무는 시들었을 때 철분제를 주면 다시 싱싱해진다고 해서 [소철]이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런 소철의 꽃말은 [강한 의지]입니다. 철을 먹고 자라서 그럴까요? 가격도 제법 비싸 보통은 십만 원대에 거래되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소철도 있습니다.
소철의 다른 종류로는 자미아속의 멕시코소철과 자메이카소철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멕시코소철이 그나마 조금 알려져 있고 식물원의 온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멕시코 소철은 소철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전혀 소철의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소철, 은행나무 등과 함께 화석 나무라 불리는 종류가 하나 더 있는데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인 울레미소나무입니다. 소철보다 조금 늦은 중생대 쥐라기시대에 살았다 멸종한 줄 알았는데 1994년 호주의 울레미 국립공원에서 자생하는 것이 발견되어 이후 특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울레미 국립공원에서 발견되어 울레미소나무라 이름 붙여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리포수목원에 2006년 들여와 특별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화석 나무라는 이유로 오늘 소철과 함께 한국의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저도 2022년에 큰 손주와 함께 이곳을 방문하여 만나보았답니다.


울레미소나무는 [아라우카리아과]에 속하는데 우리말로는 [남양삼나무과]로 번역됩니다. 아라우카리아과의 대표 나무로는 [호주삼나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분에 담아 많이 키우는 나무로 호주삼나무 화분 하나에 5~1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온 이 특별한 나무도 울레미소나무와 함께 오늘 한국의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어느덧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새해의 시작이며 겨울의 중심이었던 지난 한 달의 한국의 탄생화를 되돌아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좋아하는 나무인 소나무를 시작으로 축하난인 호접란, 비자나무, 히아신스, 수호초, 소귀나무, 백서향, 모람, 솔송나무, 회양목, 측백나무, 전나무, 조릿대, 시클라멘, 녹나무, 자작나무, 군자란, 고무나무, 리기다소나무, 바나나, 붓순나무, 광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눈꽃, 팥꽃나무, 금전수, 사스레피나무, 용설란, 알로에 그리고 오늘 소철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풀과 나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의미를 부여하였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식물도 있었을 것이고, 처음 접해 본 나무나 풀의 이름도 있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면 그도 나의 이름을 불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우리는 [생명의 연대]라는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것입니다.
AI, 챗 GPT, 딥씽크, 블록체인, 비트코인과 가상화폐, 양자컴퓨터, 3D프린터. 요즘 새로 생긴 단어들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우리는 과학문명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단어들에 더 많이 익숙해져야 합니다. 문제는 과학문명은 폭발적으로 발전하는데 정신문명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에게 위험한 물건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생명의 연대]라는 목표를 가진 한국의 탄생화 작업이 우리 정신문명의 발전에 기여하리라 믿습니다.
1월 한 달 [한국의 탄생화]에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2월에는 봄을 준비하는 풀과 나무들이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의 탄생화가 우리나라의 보편 문화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꽃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주변에 전달과 공유 부탁드립니다.
소철나무는 철이 필요하지만 사람에게는 사랑과 관심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육체적으로는 밥을 먹고 살지만 정신적으로는 사랑을 나누어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배우자와 가족, 친구와 이웃들에게 아직 전하지 못한 사랑이 있으시면 오늘 1월이 다 가기 전에 못다 한 사랑을 다 전달하시는 하루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