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음력 12월 섣달 궁랍(窮臘)에 피는 매화. 납매
어제 큰 항공 사고가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안식과 유가족 들에게 삼가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오늘 12월 30일. 예전에는 요즘을 한 해의 마지막 때라는 의미로 `궁랍(窮臘)`, 세모(歲暮)`란 표현을 썼었는데요, 요즘은 그냥 `연말`이라는 쉬운 단어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궁랍(窮臘)의 `랍(臘)`은 12월인 섣달을 의미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음력 12월을 말하는 것이지만 어차피 잘 쓰지 않고 잊히고 있는 한자어이니 양력 12월로 한들 무리는 없을듯합니다.
오늘 세계의 탄생화는 [납매(臘梅)]입니다. 섣달에 피는 매화란 의미로 중국에서는 당매화로 불리는 꽃입니다. 이에 맞추어 한국의 탄생화도 [납매]로 정했습니다. 그렇지만 납매는 국생정(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도 등재되지 않은 굉장히 생소한 꽃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의 대연수목원에 납매가 자라고 있습니다. 납매에 관한 대부분의 사진 자료가 그 수목원 납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마침 ` 표운(漂雲)`님의 블로그에 납매꽃이 있어 활용합니다. 표운님은 저와 대학 동기로서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친구입니다. 저도 표운님이 우리나라 각지를 탐방하며 찍은 귀한 꽃 사진들로 한국의 탄생화 작업을 하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궁랍(窮臘)을 맞이하여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표운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시면 자연을 사랑하는 친구의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부부 꽃배달에 사용된 납매 사진은 부산의 금정산님의 사진인데 역시 대연수목전시원의 사진입니다.
[납매]는 말 그대로 음력 섣달인 일월 중순이 지나면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3년 전 이맘때에는 벌써 납매꽃이 피었다고 꽃 사진이 올라왔었는데 재작년부터 올해까지는 추위 탓에 아직 핀 꽃이 없는지 납매 사진이 올라온 곳이 없습니다.
한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나무들에게 가장 먼저 꽃 소식을 알리는 납매의 꽃말은 [자애]입니다. 불교에서는 `자비`를,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랑`을 가장 큰 삶의 덕목으로 보는데요, [자애]는 이 두 가지 덕목이 합쳐진 말이니 참 아름다운 꽃말로 느껴집니다.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은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정말 힘들게 보냈고 또한 지금도 간신히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저도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가족들이 큰 사고나 병 없이 한 해를 보냈고 엊그제 진갑 생일 때 볼뽀뽀를 해 주던 두 손주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고, 온 가족이 화목하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초등, 고등, 대학 친구들, 성당 친구들, 사회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이 저와 함께 놀아 주어서 그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한국의 탄생화 작업도 계속할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돌이켜보니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참 감사한 일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들도 대부분 그렇겠지요. 세상살이를 하면서 감사를 많이 하면 감사한 일들이 더 자꾸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미움과 싫음을 많이 말하면 그런 일들이 또 생긴다고 하지요. 미움과 싫음은 살짝 숨기고 감사와 사랑을 자꾸 표현해 보세요.
감사를 했으면 이제 스스로를 좀 토닥여 주어도 좋을 듯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남이 불러주던 이름을 스스로 부르려니 좀 낯선가요? 그리고 그 이름에 이렇게 속삭여 주세요. 저는 제 이름을 붙여봅니다.
`운종아. 올 한 해 참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