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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종의 철학단상(哲學短想)] 성탄특집 8.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이고 싶어 했던 예수

[여운종의 철학단상(哲學短想)] 성탄특집 8.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이고 싶어 했던 예수

성탄 특집 철학 이야기. 오늘은 마지막으로 [역할분담 사회]입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문명의 기조는 `권력`이었습니다. 권력의 정점에는 고대로부터 봉건시대까지 이어온 `신분제`가 있었습니다. 신분은 선천적인 것이고 그것은 신의 선택으로 치부되었습니다. 비교적 최근까지도, 지금도 일부 나라에서는 종교는 국가를 다스리는 기본 이념입니다.  종교와 정치는 서로를 보완하고 견제하며 권력을 분담하고 백성의 대부분인 평민과 천민을 다스리는 도구로 이용되었습니다.

신분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신은 좀 더 높이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래야 신의 대리자인 왕과 선택받은 귀족들의 권력 또한 더욱 공고해지는 까닭입니다.

성탄의 의미는 신이 평민의 위치로 내려온 것입니다. 성경이 전하는 예수님의 성탄과 그의 다양한 기적의 행위는 백성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됩니다.  그분은 권좌를 향하지 않았으며, 예수님이 가지신 하늘의 권력은 병든 이에게는 치유의  기적으로, 절망한 이들에게는 기쁨의 복음으로, 슬퍼하는 이에게는 온유한 위로로, 마침내는 십자가형의 사형수로 더 낮아지며, 그  죽음에서 생명의 부활로 이루어집니다. 그는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사람의 아들이고 싶어 했지만, 그의 사상이 종교가 되고 그 종교가 로마제국과 유럽 대부분 나라의 국교가 되면서 그리스도교는 지배자의 지배 도구가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생전 탐하지 않으셨던 권력의 자리, 그 위로 예수님의 위치가 올라갔습니다. 그는 왕 중의 왕, 하느님의 아들로 불리다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예수님을 경배하고 하느님을 제대로 믿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교를 믿는 분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선교를 열심히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그 종교를 믿게 되면 신이 다스리는 하느님의 나라, 부처님의 미륵의 나라, 공자님께서 원하시던 인의의 나라가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나라라면 우리는 이미 많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고대의 삼국과 고려는 불교의 나라였고, 조선은 유교의 나라였으며, 중세 유럽은 그리스도교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중세를 표현하는 영어 단어는 `Dark Age`입니다.

미래의 권력 구조는 상하의 지배 구조가 아니라 그 직책에 따른 역할 분담의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높음의 문제가 아니라 넓음의 문제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돈이 삶의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고, 권력은 지배가 아닌 봉사의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이 그러하듯이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에 의해 사회가 돌아가는 그런 사회로의 진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4차 산업 혁명은 인류에게 진화의 기회가 될 수도, 그 반대로 새로운 신분제의 세상으로 인류의 문명이 역행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세상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종교가 인류 문명의 땅을 다졌고, 과학이 그 땅 위에 멋진 집을 지었습니다. 그 집이 신나는 놀이공원이 될지, 거대한 감옥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철학의 몫입니다.

2024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남은 날들을 오늘의 꽃과 함께 생명의 연대와 미래의 역할분담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시는 하루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