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느리게 자란만큼 질기게 자라는 나무. 바위 틈의 노간주나무
노간주나무
_ 하늘바다 여운종
고운 흙 덮고 싶은 간절함도 숨겨두고
하늘에 닿고 싶은 애절함도 내려놓고
세상을 품고 싶은 멋진 포부 접어두고
아슬한 화강 절벽 뿌리내린 노간주나무
어쩌다 바위 틈에 스며든 한 줌 빗물
서둘러 빨아올려 만들어 낸 나뭇잎
고라니 노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까칠한 철침으로 중무장한 노간주나무
느리게 자란 만큼 질기게 자란 나무
대장간 불에 달궈 둥글게 휘어놓고
거친 황소 순한 암소 코뚜레로 사용했네
소들에겐 평생 족쇄 한 맺힌 노간주나무
두송(頭松)이라 부르는 흑진주 검은 열매
약으로는 통풍이며 관절염에 특효되고
주정에 담가두면 서양술 드라이 진
소주에 몇 알 넣으면 두송주가 된다 하네
우리 부부 세상 살이 노간주 닮아있네
상대를 꿰어 놓은 평생 족쇄 코뚜레네
쓰리고 아픈 인생 보듬는 특효약이요
외로운 밤 진하게 취하는 한잔 술이라네.
사람들아 노간주나무 쓸모없다 하지 마오
알고 보니 희로애락 다 품은 넘사벽나무라오.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측백나무과 향나무속]의 [노간주나무]입니다. [노간주나무속]으로 향나무와 별도로 분류하는 자료도 있으나 국립수목원의 분류를 따릅니다. [노간주나무]가 대표 나무이고 [해변노간주]가 희귀식물이지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향나무속의 나무들은 뾰족뾰족한 `바늘잎`을 가진 친구도 있고 향나무처럼 부들부들한 `비늘잎`을 가진 친구도 있는데 노간주나무는 바늘잎을 가졌습니다.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을 피해 척박한 바위틈이나 영월 정선 등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는데, 초식 동물들에게 잎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고도의 생존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제가 처음 노간주나무를 인식하고 만난 곳도 과천 관악산의 바위지대였습니다. 흙도 별로 없는 바위틈에 의지해 반짝반짝 빛나는 흑진주 같은 작은 열매를 매달고 접근하면 찌른다는 듯 뾰족하고 짧은 바늘잎으로 사주경계를 하며 서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간주나무]는 석회암 지대인 정선 임계면 골지리의 350년 된 보호수로 키는 15m, 둘레는 3.2m에 달한다고 합니다.
노간주나무 가지를 불에 달구면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는 특징이 있는데 휘어진 상태에서도 질김을 유지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소의 코뚜레 나무로 사용하였습니다. 소의 입장에서는 한이 많이 맺혔을 나무입니다.
서양 술이 종류 중에는 진(jin)의 이름을 가진 술이 있는데 주정에 노간주 열매를 담가 만든 술입니다. 우리나라 소주에다가도 노간주나무의 적당히 익은 열매를 몇 알 넣고 두어 달 기다리면 `드리아 진`과 비슷한 향의 술을 즐길 수 있는데 '두송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 열매는 통풍, 관절염 등에 특효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