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윤봉길 의사 순국일. 고고한 의사의 충절과 닮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 동포여!
더 살고 싶은 것이 인정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해야 할
오직 한 번의 가장 좋은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나만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다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와 내 가족의 미래보다 조국을, 선택했습니다.
백 년을 살기보다 조국의 영광을 지키는 기회를 택했습니다.
안녕히, 안녕히들 계십시오.
- 윤봉길 의사의 유언
1932년 12월 19일 오늘은 윤봉길 의사께서 그 해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민족 침략의 원흉들인 일본 장성들과 관료들에게 도시락 폭탄을 던져 척살한 후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시다 총살형으로 순국하신 날입니다. 1908년 6월 21일 생. 24년 6개월의 짧은 생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신 의인의 거룩한 죽음 앞에 삼가 머리 숙여 추모와 존경의 예를 갖춥니다.
처형 당하신 후, 일본 가나자와시에 아무렇게나 암장된 의사의 시신은 해방 후 1946년 3월 6일 찾아 내 화장을 한 후, 그 해 5월 5일 귀국하여 효창공원에 안장되었습니다. 의사의 거룩하고 숭고한 뜻을 받들고 길이 전하고자 세워진 매헌 윤봉길 기념관은 서울 양재에, 생가와 사당과 기념관은 충의사로 이름 붙여져 충남 예산에 있습니다.
"중국의 백만 군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한국의 한 의사(義士)가 능히 하니 장하다.
오호라 부끄럽구나.
중국인 10억이 못한 일을 한국인 1명이 이루었구나...
백 년도 못 사는 인생...
죽어서 천년의 이름을 떨치리라." - 장개석 총통 -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이런 윤봉길 의사의 의거와 죽음이 세세대대 자손만대에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을 한국의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주목과]는 [비자나무속]과 [주목속]으로 나뉘며 [주목속]의 자생 나무는 [주목]과 주목의 변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정상 부근에서 자생하는 [설악눈주목]이 있습니다.
[주목]은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디며 오래 살고, 죽어서도 잘 썩지 않으며, 목재로도 굉장히 훌륭한 역할을 하는 나무입니다.
우리나라의 높고 깊은 산에는 어김없이 주목나무 군락이 있는데요, 지금은 시내의 화단과 화분에도 크고 작은 주목나무를 많이 식재하고 있습니다.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구멍 뚫린 붉고 작은 열매가 열리는데 열매는 달콤한 과즙으로 먹어도 되지만, 씨는 강한 독성이 있어 깨물어 먹으면 절대 안 되고 삼키거나 뱉어야 합니다. 동물들에게 과실을 먹는 대가로 씨를 옮겨 퍼뜨려 달라는 주문입니다.
[주목(朱木)]은 나무 이름 그대로 겉과 속이 붉은 나무로 '탁솔(Taxol)'이라는 항암 물질을 분비하여 바이러스나 세균들이 잘 덤비지 못한다고 합니다. 주목으로 만든 관은 최고의 목관으로 옛 유적에서 출토되는 권력자의 무덤에는 주목나무 관이 많은데 관은 멀쩡한데 안의 시신은 다 썩어 흔적도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개되는 주목나무 사진은 2011년 12월 태백산을 오를 때 찍은 사진으로 태백산의 눈과 주목의 어울림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주목나무 관련 천연기념물로는 제244호로 지정된 소백산 주목나무 군락과, 제433호로 지정된 정선 두위봉에 나란히 서 있는 주목나무 3형제로 가운데에 수령 1,400년으로 추정되는 맏형 주목을 1,200년, 1,100년의 주목이 위아래로 호위하고 있답니다.
주목과 함께 [눈주목]도 공원 등에 요즘 많이 식재되고 있습니다. 식물 이름 앞에 '눈'이란 접두어의 의미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아니라 '누워있다'라는 의미로 쓰인답니다. 위로 곧장 자라지 않고 옆으로 퍼져 자라는 모습을 이리 표현하였습니다. 고궁에도 의외로 눈주목들이 많이 식재되어 있는 데 덕수궁과 창덕궁 비원에 특히 많이 있습니다. 눈주목을 별도로 분류한 자료도 있으나 국립수목원 식물도감에는 설악산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설악눈주목의 별명을 눈주목으로 지목하고 있어 이를 따릅니다.
모래시계에서 마지막 모래가 쏜살같이 빠져나가 듯 얼마 남지 않은 2024년의 날들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빼앗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윤봉길 의사의 총살 사진과, 일본 총리에게 주군을 만난 듯 머리를 조아리는 유력 정치인의 사진 한 장에 분노를 금할 수 없지만 우리 국민들이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친일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시와 규탄도 병행해야 할 듯싶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