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8개 잎 중 하나는 단풍이 든다는 제주도의 천연기념물 담팔수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제주도의 천연기념물 [담팔수]입니다. 담팔수과의 식물로는 세계적으로는 특히 남반부를 중심으로 12속 605종의 식물들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담팔수]가 [담팔수과]의 유일한 가족입니다.
[담팔수]는 상록활엽수로 20m까지 자라는 제법 큰 나무이지만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자생할 수 있고, 내륙에서는 온실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아이입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창경궁 대온실에서 화분에 담긴 작은 담팔수를 처음 만났습니다.
담팔수를 잎을 보면 잎 중에 유독 빨갛게 단풍이 든 잎이 있는 데 할 일을 다하고 마지막 삶의 일정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중입니다. 보통 나무들이 가을에 단풍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다만 잎들이 한꺼번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차례차례로 단풍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푸른 잎 사이로 빨간 단풍잎이 드문드문 보이는 데 8개 잎 중 하나는 단풍이 든다 해서 [담팔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이름에 8일 들어 있는 관계로 오늘 18일의 한국의 탄생화로 선정하였습니다. 담팔수의 8과 십팔 일의 8을 맞추었습니다. 담팔수는 꽃말도 없어 [혼저옵서예]라는 제주 방언을 꽃말로 지어주었답니다. 꽃은 여름에 피는데 꼬리 모양의 긴꽃차례에 희고 작은 꽃들이 빽빽하게 주렁주렁 매달려 피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천연기념물로는 서귀포 천지연폭포 옆의 자생 군락지와, 해군기지 문제로 시끄러웠던 강정동의 담팔수가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서귀포에는 담팔수를 가로수로 심었는데 몇 년 전에 잎이 마르는 병충해에 걸려 벌목하였다고 합니다.
우리 몸은 60조에서 100조 개의 세포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세포 하나하나는 그 생명의 유전 정보인 DNA를 가지고 있는 완전한 생명 개체입니다. 그 세포 하나하나가 연대하여 우리 한 몸을 이루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에 역행하는 세포를 우리는 '암'이라고 부릅니다.
개미나 꿀벌의 생태를 살펴보면 이들은 마치 하나의 몸처럼 움직입니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는 별도의 독립된 생명 개체이지만 그 군집과는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지구 전체의 생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외계인이 멀리서 지구를 관찰한다면 지구에는 하나의 생명군집체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포함하여 어떤 생물도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절대적인 유기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아침에도 다른 생명 개체와 그 관계를 유지하였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식사'라고 표현합니다.
이제 막 지성에 눈을 뜬 인류가 [하나의 생명, 생명의 연대]를 깨닫게 된다면 인류의 문화와 문명은 혁명적 진화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인류 역사를 이끌어 온 '싸움의 시대'가 끝나고 '어울림의 시대'를 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부조리들이 근본적인 해결을 의미합니다. 그것이 철학자인 제가 한국의 탄생화를 통하여 세상에 웅변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오늘도 꽃처럼 아름다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