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남천(南天). 남쪽 고향이 그리며 추운 겨울을 버티는 붉은 열정
요즘 같은 한 겨울의 산과 들에도 새들의 먹이가 되기 위해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는 제법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낙엽이 지지 않고 잎을 그대로 남긴 채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는 많지 않습니다. 오늘의 탄생화인 [남천]이 그중의 한 아이입니다. 남천은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상록수이지만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들어 겨울을 버티다가 봄이 되면 다시 푸른 잎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생에서 스스로 자라지 못하고 사람들이 심어주어야 자라기 때문에 산이나 들에서 야생 상태로는 볼 수 없고 남천 묘목을 재배하는 남부 지방이나, 도심의 화단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나무입니다. 특히 가을이 되면 붉은 단풍과 붉은 열매가 아름다워 요즘은 화단에 많이 심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 판교역에서 만난 남천은 단풍과 열매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한동안 즐겁게 대화한 기억이 있습니다.
[매자나무과 남천속]의 [남천(南天)]은 '남쪽 하늘'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남쪽 나라에서 왔는데 중국 남부와 인도가 원산지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꽤 오래되었을 거라 추정하는데 신사임당의 <화조도>에 남천으로 보이는 열매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16세기 이전으로 추정됩니다. 남부 지방에서 정원수로 많이 심는데, 지금은 중부 지방까지 삶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나뭇잎과 줄기의 모양이 대나무의 곧고 얇음을 닮아 중국의 이름은 남천대나무(南天竹)입니다.
[남천]은 상록활엽수인데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이기도 합니다. 가을이 되어도 푸름을 유지하는 잎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남천은 빨간 단풍이 드는데 단풍 후 낙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봄에 새순과 함께 다시 푸르러집니다. 한 겨울 잎과 열매를 간직한 채 눈 속에 파묻힌 남천의 사진은 겨울에 만나는 나무의 세계의 아름다움입니다. 이런 남천의 꽃말은 [전화위복]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남천을 가만히 두지 않고 변이종을 만들었는데 가지가 좀 더 가늘고, 붉은 실남천입니다. 작년 창경궁 대온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또 남천 중에는 꽃이 피지 않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개량종 [소스랑남천]도 있습니다. 남천을 뉴질랜드 학자들이 개량한 것이라 하는 데 가을, 겨울에는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남천인데 남천의 특징인 붉은 열매가 없는 아이들은 소스랑남천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어젯밤에 부부 싸움을 하신 분이라면 오늘의 탄생화인 [남천]의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부부사랑을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싸움도 관심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물론 너무 지나쳐서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면 안 되겠지만요.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도 어느새 절반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숨 가쁘게 뛰어왔던 일 년이 오늘이 지나면 보름만 남겨두게 됩니다. 열흘 후면 크리스마스이고 그 일주일 후엔 새해가 됩니다.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