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투구꽃와 더불어 조선시대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천남성
[11월 16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투구꽃와 더불어 조선시대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천남성
오늘 한국의 탄생화인 천남성은 키가 약 30~50cm 정도 되는 풀의 종류인데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산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우리 동네 뒷산인 수리산 도립공원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산에 올라가면 낙엽이 쌓인 땅에 빨간 열매를 잔뜩 달고 서 있거나 혹은 자기 열매의 무게를 못 이겨 누워있는 천남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천남성은 꽃이라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하게 생긴 꽃이 4월 중순을 넘기면서 5월에 피고, 열매는 9월 경부터 익기 시작합니다. 그때에는 다른 풀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다가 그 풀들이 다 지고 나무들이 땅을 자기들의 낙엽으로 덮으면 천남성은 자기 빨간 속살과 같은 열매를 보여주며 지나는 나그네를 유혹합니다.



천남성의 종류로는 자생종 기준으로 9종류가 우리나라 곳곳에 살고 있는데 대부분 천남성과 큰천남성입니다. 이 둘은 열매의 모양으로는 거의 구분할 수 없고 잎을 보면 알 수 있는데 큰천남성은 한 줄기에서 나온 소엽이 3장이고, 천남성은 5장에서 11장까지 달린다고 합니다.
점박이천남성은 푸른 줄기에 보라색 얼룩무늬가 있고, 둥근잎천남성은 잎이 조금 넓으며, 두루미천남성은 두루미처럼 잎이 가늘고 깁니다. 울릉도에서 자란다는 섬남성은 우리나라의 특산식물로 분류됩니다.



천남성과 투구꽃(초오, 부자)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사약의 재료로 쓰였던 풀입니다. 몸에 독을 품고 있는 풀들입니다. 독초는 약초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이 두 종류의 풀들도 잘 정제해서 쓰면 훌륭한 약초가 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우리들이 그 실험을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천남성은 약의 성질이 극양에 가까워 가장 양기가 강한 남쪽별이라고 하는 천남성(天南星)을 빌어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꽃의 모습이 뱀이 머리를 치켜든 것과 같다고 하여 사두초(蛇頭草)라고 하기도 하고 땅속의 덩이줄기가 호랑이 발바닥을 닮았다 하여 호장(虎掌)이라고도 부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