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UN DAY와 도둑놈의갈고리
[10월 24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UN DAY와 도둑놈의갈고리
오늘은 [국제연합일]로 번역되는 [UN Day]입니다. 1945년 10월 24일 국제연맹을 계승한 국제연합 (UN) 창립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통상 이맘때 유엔총회도 열리는 데 올해는 미국 대선 때문인지 지난 9월에 열렸습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때 UN이 참전한 것을 계기로 1950년부터 10월 24일을 국가기념일 및 법정공휴일로 지정했었습니다. 그러다가 1976년에 법정공휴일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저의 또래나 연배이신 분들은 10월 달력에 24일이 빨갛게 표시되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UN의 창립 목적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세계 평화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강짜의 장으로 변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강대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 가엾은 전쟁에서 유엔의 역할은 없었습니다. 벌써 일 년이 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슬람의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 짐승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역시 UN에서 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에 이은 두 강대국의 무역 전쟁, 그리고 미국의 강짜와 중국의 패권주의로 세계 평화에 대한 국제협력이 많이 와해되는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초강대국이 세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외교를 펼친다면 그보다 힘이 약한 나라들은 모두 그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약육강식이 시스템을 지배하는 규칙이 되면 약자와 약소국은 강자와 강대국의 희생물이 되고 필연적으로 평화는 깨지게 됩니다.
유엔의 날 한국의 탄생화는 [콩과 도둑놈의갈고리속] 식물들입니다. 국제 사회의 권력 구조 속에서 UN 회원국의 속마음은 순수한 인류 평화나 아름다운 인류의 미래 설계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잔머리를 굴리고 다른 나라를 이용해 먹는 도둑놈 마음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도둑놈의갈고리속 식물은 식물도감에는 6종이 있습니다. [도둑놈의갈고리], [큰도둑놈의갈고리], [개도둑놈의갈고리], [애기도둑놈의갈고리], [긴도둑놈의갈고리] 그리고 몇 해 전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져 등록된 [영주갈고리]입니다. 유사종으로는 [콩과 된장풀속]으로 희귀 식물로 지정된 [된장풀]과 [잔디갈고리] 외래식물인 [미국잔디갈고리]가 오늘 한국의 탄생화의 주인공입니다. [된장풀]은 [털독둑놈의갈고리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콩과 도둑놈의갈고리속]으로 분류되었다가, 최근 국가 생종물 지식 정보시스템(국생정)의 개정 작업을 통하여 서로 다른 속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콩과의 식물인 만큼 열매를 담고 있는 꼬투리가 있는데, 두 쪽으로 나뉘어 있고 끝마디가 뾰족하고 낚싯바늘처럼 살짝 휘어져 있는 독특한 모양입니다. 꼬투리의 겉면에는 갈고리 모양의 털이 있어 사람들 옷이나 짐승의 털에 잘 달라붙습니다.
전설 하나가 전해지는데 옛날에 어느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놈이 담장을 넘다가 그 집 담장에서 자라던 도둑놈의갈고리를 옷에 붙이는 바람에 들키게 되어 그 이후로 이 풀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도둑놈의갈고리]는 그나마 전국적으로 깊은 산속에 분포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지엽적으로 자라거나 혹은 개체 수가 드물어서 만나기 힘듭니다. 도깨비바늘도 마찬가지이지만 열매가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잘 달라붙는 이유는 그 동물을 이용해 종자를 멀리 퍼지게 하려는 식물의 의도입니다. 다른 콩과의 식물들은 열매를 담는 꼬투리는 있어도 이런 갈고리 털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도독놈의갈고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의 존재를 아주 오래전부터 인지를 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꼬투리에 동물의 털에 잘 달라붙게 갈고리 모양의 털을 디자인하고 진화했다는 결론이 성립합니다. 이것은 사실 굉장히 고난도의 복합적 판단이고 설계이며 복잡한 공정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철학적 의문이 생깁니다. 두 가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첫째로 뇌와 눈 등의 판단 기관과 감각기관이 없는 식물들은 어떻게 움직이는 동물을 인지하고 그들을 이용할 수 있었을까? 혹시 식물들은 우리와 다른 방법으로 감각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둘째로 수백만 번의 대를 이어오면서 오랜 세월에 걸친 이런 진화의 과정과 결론은 그냥 어찌어찌 이루어진 [우연의 산물] 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치밀하게 계획하고 디자인했던 [작용의 결과] 인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형이상학적인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 각자의 몫입니다.
이런 것들을 좀 더 깊게 생각해 보고 연구하고 판단을 하는 것이 우주와 생명을 연구하는 철학자인 제가 하는 일입니다. 이런 작업을 통하여 형이상학의 목적인 우주와 생명의 본질에 접근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본질로의 접근을 통하여 인류가 한 단계 더 진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힘이 되기를 또한 바랍니다. 그것이 약육강식의 싸움의 세계를 뛰어넘어 UN의 창립 이념에도 맞는 평화와 어울림의 세상으로 가는 길이라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UN Day. [도둑놈의갈고리]를 통해 진화의 비밀과 평화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시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