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자애로운 시어머니의 전설을 간직한 산자고
[3월 5일. 여운종 한국의 탄생화 연재] 자애로운 시어머니의 전설을 간직한 산자고
오늘 한국의 탄생화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야생식물인 [산자고]와 외국에서 들어온 원예종으로 요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향기별꽃]입니다. 오늘의 대표탄생화는 당연히 우리나라 야생화인 [산자고]이고 [향기별꽃]은 개화기에 맞춘 동반탄생화로 정했습니다.
[향기별꽃]은 알뿌리식물로 보통은 화분에 담아 실내에서 키우는데 2월, 3월이면 별을 닮은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향기부추, 자화부추라고도 하는데 구버전 국립수목원 식물도감의 공식명칭은 [향기별꽃]입니다. 새로 개정된 국생정 목록에는 외산식물인 향기별꽃이 빠졌습니다. 꽃말은 [순수]입니다.

[산자고]는 우리나라의 야생화로 서양 원예종인 '튤립'과 같은 종류입니다. 그러니까 [산자고]는 우리나라의 야생 튤립인 셈이랍니다. 영어 이름도 'Korean turips'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야생화인 [산자고]가 우선이라 '튤립'을 [백합과 산자고속]으로 분류하지만 서양에서는 산자고를 '백합과 튤립속'으로 분류합니다. 학명도 [Tulipa edulis]입니다.
2월 4일 입춘의 탄생화였던 영춘화와 재스민도 같은 경우였지요. 세계적으로는 재스민이 훨씬 유명해 영춘화가 '물푸레나무과 재스민속'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재스민을 [물푸레나무과 영춘화속]으로 분류합니다. 다만 영춘화는 입춘의 의미를 살려 입춘날의 탄생화로 정하고 재스민을 동반탄생화로 정했지만 산자고와 튤립은 개화시기가 달라 산자고는 3월 5일 오늘, 튤립은 우리나라 튤립 축제 기간에 맞추어 4월 25일의 탄생화로 정했습니다.


산자고(山慈姑)에서 자고(慈姑)는 자비로운 시어머니라는 말입니다. 이름이 이리 불리게 된 것은 산자고에 얽힌 전설 때문입니다.
[옛날에 남편을 일찍 예의고 홀로 삼남매를 키운 여인이 있었는데, 딸 둘은 어찌어찌 시집을 보냈지만 막내아들에게는 하도 가난해 아무도 시집을 오려 하지 않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해 봄 날, 한 처녀가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는데, 연유를 물어보니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다가 아버지가 죽자 유언에 따라 그곳으로 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 처녀를 설득해 며느리로 삼았습니다.
그들은 아주 행복했지만 사람들이 질투를 했기 때문인지 그만 며느리가 등창이 나고 말았습니다. 등창은 지금이야 별거 아닌 피부병이지만 옛날에는 고치기 힘든 난치병이었는데, 며느리의 병이 날로 심화되었으나 돈도 별로 없고 마땅히 의원을 찾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난이 죄인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우연히 산에서 산자고를 발견해 며느리의 등창이 난 곳에 발랐더니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뒤로 이 작은 꽃을 자비로운 시어머니가 산에서 발견한 꽃이라 하여 '산자고'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이야기 출처 : 야생화 백과사전)]
산자고는 우리나라 햇볕이 잘 드는 양지를 좋아하고 지금부터 남도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여 광릉수목원 등 중부지방까지 서서히 올라온답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2월말에 제주와 남해안 완도, 지리산 등에서 찍은 산자고 사진이 게시되어 있고, 전북 부안과 중부지방인 영흥도의 산자고 꽃망울 사진도 어제 날자로 올라 와 있습니다.
산자고의 꽃말은 [봄처녀]와 [가녀린 미소]입니다. 봄 처녀가 가녀린 미소를 머금고 서서히 북으로 오시는 모습입니다.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6년 전 이 맘 때 우리나라의 키워드는 [미세먼지]였습니다. 5일 연속 미세먼지 경보가 발휘되었고 국민들의 불편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5년전부터 재작년까지 우리나라의 키워드는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하나가 대한민국을 거의 올스톱 시켰습니다. 그리고 재작년부터 올해까지의 키워드는 [이상 기후]입니다.
인류는 이제 뒤를 돌아다 보아야 합니다. 바이러스이든, 미세먼지이든, 이상기후 이든 인류와 지구의 환경 부조화가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자연이 계속 경보를 보내는데도 [이익]이라는 자본주의 괴물에 사로잡혀 대자연과 화해하고 복구할 시기를 놓친다면 현생 인류는 우리 후손들과 지구 생명 공동체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월초에 살짝 꽃샘추위가 왔지만 코로나바이러스와 관계없이 봄은 우리 곁으로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면 이 햇빛이 생명의 풀들과 조화를 일으켜 대지를 녹색의 향연으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나라 어느 야산에선가 소담스럽게 피어있을 한국의 야생 튤립 산자고의 이름을 불러주시며 힘차게 새 봄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생명의 연대. 생명은 하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