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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詩] 큰방가지똥, 전사의 노래
하늘바다 여운종
2025. 2. 11. 14:45
[오늘의 詩] 큰방가지똥, 전사의 노래⠀⠀⠀⠀⠀
⠀ _ 하늘바다 여운종
숨결을 뚫고 올라오는
골목의 틈새, 깨진 도시의 맥박
아스팔트 갈라진 입술 사이로
길 잃은 바람을 베어 내며
허공에 화살을 꽂는다
고향은 유럽 평원의 그림자
구한말 바람에 실려 와
빛의 실타래로 상처를 꿰매었다
농부의 저주가 뿌리를 할퀴어
군복 조각처럼 내던져진 몸
잡초라 불리는 이름의 무게가
밭두렁 수용소에 녹아든다
도시의 콘크리트 숨소리 틈에서
F=무감각의 사막을 적시는
情=사막꽃 한 줄기
毒=발끝으로 밟히는 신화
T=철제 구두에 깔린 유전자
"파편이라 불러라,
하지만 내 뿌리는 우주를 품고 있다"
가시 돋친 잎새가 세상의 침을 털어내고
흰젖은 고라니의 경계를 거슬러
벌레들은 노란 화관 위에서
내일의 꿀을 계산한다
갓털 낙하산 타고 철길의 상처 넘어
무너진 담장에 뿌리를 박아 넣는다
점령지 땅속에 쌓인 시간의 층
봄은 콘크리트를 산산이 부수고
여름은 폐허 위로 키를 쳐들어
가을이 쓰러진 자리에 겨울이 와도
얼음 장판 아래 뿌리 심장은 뛰고있다
한 줄기 빛이면 충분하다
죽은 도시의 동맥을 뚫고
생명의 링크가 폭발하는 순간
바람이 운반하는 유전자 전쟁
너의 이름은——
⠀⠀⠀⠀⠀⠀⠀⠀⠀⠀⠀(작은 반란, 큰방가지똥)
